[아시아경제 배경환 기자] 국내 건설업계 맏형 현대건설이 역대 최대 규모의 재건축 사업 시공권을 따냈다. 정수현 현대건설 사장까지 사업 설명회에 참석하고 7000만원의 이사비까지 내거는 등 전사적인 마케팅 전략을 쏟아부은 결과다. 업계에서는 현대건설이 강남권 재건축 시장 주도권을 잡은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국내 단일 주택공사로는 최대치의 사업 실적을 쌓은데다 반포 한강변을 확보하며 향후 압구정 현대아파트까지 잡을 수 있는 입지를 선점해서다.
현대건설은 27일 잠실체육관에서 진행된 반포주공1단지 공동사업시행 건설업자 선정 총회에서 총 1295표를 얻어 886표를 얻은 GS건설을 제치고 최종 시공사로 선정됐다. 반포주공1단지는 기존 2120가구를 5388가구로 재건축하는 사업이다. 공사비만 2조7000억원으로 총 사업비는 10조원에 육박한다. 국내 단일 주택공사로는 최대 규모다.
현대건설과 GS건설은 지난 4일 시공사 입찰을 마친 후 3주간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양사 모두 이번 수주전에서 승리해 반포를 중심으로 한 강남권 재건축 시장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다. 마지막까지 양보없는 여론전을 펼치기도 했다. 현대건설이 이사비 지원 문제와 관련한 자료를 내자 GS건설이 정정을 요청하는 자료를 발표하는 등 즉각적으로 움직였다.
하지만 국토교통부가 '시장 질서와 맞지 않는 과도한 수준'이라며 제동을 건 것은 되레 조합원들이 현대건설을 시공사로 지목하는 데 영향을 줬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공짜로 받을 수 있는 수 천만원의 지원비를 정부와 경쟁사의 방해로 받지 못했다는 인식이 급속히 확산됐다"며 "결국 3년간 조합원들의 니즈(Needs)를 파악하고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온 GS건설을 따돌린 가장 큰 변수가 됐다"고 평했다.
조합원의 평균 연령이 70대로 다른 사업지에 비해 높은 점도 현대건설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GS건설 역시 반포에서 '자이' 브랜드를 꾸준히 알려왔고 재건축 수주 노하우도 이미 구축된 상태지만 70년 전통의 '현대'라는 이미지를 넘어서는데 한계를 보였다.
여기에 안정적이고 탄탄한 재무구조와 신용 등급은 조합원들에게 안전감을 심어줬다. 현대건설의 시가총액은 7월 기준 5조4000억원으로 건설사 중 가장 많고 부채 비율은 가장 낮다. 회사채 신용등급은 AA-로 최상위권에 든다. 현대건설은 입찰보증금이 1500억원에 달했던 방배5구역 재건축 사업에도 단독으로 응찰하는 등 넉넉한 재무상태를 내세운 바 있다.
현대건설은 이번 반포 한강변 사업지를 차지하면서 압구정 한강변까지 진출길을 확보한 것으로 보고 있다. 압구정 현대아파트에 대한 의미는 남다르다. 현대건설은 1970년대말 정부로부터 경부고속도로 건설 대금으로 한강 공유수면을 받았고 해당 부지를 매립해 압구정 현대아파트를 지었다. 현대차그룹의 역사가 담겨진 곳인 만큼 현대건설이 반드시 수주해야하는 사업지인 셈이다.
현대건설은 반포주공1단지(1·2·4주구)를 '반포 디에이치 클래스트(Class+est)'라는 이름으로 지어놨다. 70년 건설기술을 집약해 안전, 설계, 친환경, 커뮤니티 시설까지 100년을 내다보는 아파트를 짓겠다는 의지다.
배경환 기자 khba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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