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이라크 동북부에 거주하는 쿠르드족의 자치정부인 이라크 쿠르디스탄 자치정부(KRG)가 분리·독립을 묻는 주민투표에서 압도적인 독립 찬성이 나왔다. 이에따라 쿠르드족의 국가수립 움직임이 중동 분쟁의 또다른 축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중동 각국이 긴장하고 있다. 지난 근대 이후 역사에서 두번에 걸친 국가수립을 시도했다 좌절된 쿠르드족은 광복에 대한 염원이 어느 때보다 강한 상황이다.
26일(현지시간), 터키 일간지 데일리사바 등에 의하면 마수드 바르자니 이라크 쿠르드자치정부(KRG) 수반은 쿠르드족의 분리 ·독립 찬반투표에서 찬성표가 92%에 육박했다고 선언했다. KRG의 집권당인 쿠르드민주당(KDP)에 따르면 지난 25일 투표에서 유효표 중 찬성표는 91.8%로 집계됐다. KDP는 투표율이 77.8%라고 발표했다. 앞서 KRG의 선거관리 위원회는 25일 투표율이 72.2%로 등록투표자 458만명 가운데 330만명이 참여했다고 밝혔었다. 최종 결과는 29일에 나올 예정이다.
이번 쿠르드족의 분리·독립투표는 중동 문제에 또다른 변수가 될 수 있는만큼, 중동 대부분 국가들의 주요 관심사였다. 쿠르드족은 별도 국가가 따로 없지만 추정인구가 3000만~4000만명에 이르고 터키, 이란, 시리아, 이라크, 아르메니아 등 중동 전역에 퍼져 살고 있다. 만약 이라크 동북부의 쿠르디스탄 자치정부가 독립에 성공할 경우, 다른 나라에 거주 중인 쿠르드족들의 분리독립 운동에도 큰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에 중동 각국은 크게 긴장하고 있는 것.
사실 쿠르드족의 독립운동은 역사가 오래됐고, 국가수립 도전은 이번이 세번째다. 쿠르드족은 나라없는 설움을 겪다가 지난 1927년, 터키 동부의 아라라트산 일대에 '아라라트 공화국(Republic of Ararat)'이란 나라를 세웠지만 터키군의 침공에 3년 뒤인 1930년 결국 나라가 멸망했다. 이후 1946년에는 이란에 살던 쿠르드족이 구소련의 지원을 받고 사회주의 국가인 '마하바드 공화국(Republic of Mahabad)'을 세웠지만, 이 역시 서방의 지원을 받은 이란군에 맹공격을 받아 결국 멸망했다.
쿠르드족이 수천만에 이르는 인구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광복을 맞이하지 못한 것은 이처럼 중동 전역에 퍼져 살다보니 각 지역의 독립운동 단체마다 힘을 모으기가 힘들었기 때문이다. 외세에 이용된 동족상잔의 경우도 상당했다. 터키군이 과거 1927년, 아라라트 공화국을 공격할 당시에도 터키 토벌군의 상당수가 쿠르드족이었다.
이런 동족상잔의 이면에는 쿠르드족 내부에 숨어있는 종교적 갈등이 있다. 쿠르드족의 상당수는 수니파 이슬람교도지만 10%에 달하는 인구가 '야지디교'를 믿는다. 야지디교는 이란 계통의 조로아스터교와 유태교, 네스토리우스파 기독교, 시아파 이슬람 등 다양한 종교의 영향을 받아 생성된 혼합 토착종교로 타 종교에 대한 배타심이 꽤 강한 종교다. 다수의 이슬람신도들과 야지디교인들간의 융화, 중동 각국에 나뉘어 살고 있는 쿠르드족의 통합은 국가 설립을 준비 중인 현대 쿠르드족이 풀어가야할 숙제로 남아있다.
또한 질긴 악연으로 엮여있는 중동의 강호, 터키와의 관계 형성이 쿠르디스탄의 탄생을 좌우할 가장 큰 장애물로 남아있다. 터키의 에르도안 대통령은 쿠르드족 독립투표 결과가 나온 26일, TV연설을 통해 "우리가 제재를 시작하면 KRG는 속수무책"일 것이라며 송유관 차단, 국경통과 금지를 통한 경제제재에 나설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라크 의회 역시 쿠르드족의 독립에 매우 부정적 입장이고 이란도 쿠르드 자치지역과 가까운 국경지대에서 군사훈련을 실시하는 등 험악한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아직 쿠르드족이 진정한 광복을 얻을 날은 여전히 요원한 상태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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