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文 대통령 여야 지도부 회동 여전히 불투명
당정 "협치로 끌어안기" 한국당 "쇼통 불참"
[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 '라운드테이블이냐, 1대1 단독 회담이냐.'
이르면 오는 27일 열릴 예정인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 회동을 성사시키기 위한 물밑 작업이 한창이다. 청와대는 5개 정당 대표와 원내대표를 모두 초청한 상태지만 회동 성사 여부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실질적인 논의가 이뤄지는 자리라면 참석하겠다면서 단독 회동을 역제안했으며, 나머지 야당들도 형식에 불만을 내보이며 참석 여부를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다. 회동 형식을 두고 기싸움이 벌어진 양상이다.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26일 아시아경제와의 전화 통화에서 “청와대에서 전병헌 정무수석과 임종석 비서실장 등을 총동원해 야당 설득 작업을 진행 중”이라면서 “당 차원에서도 지도부를 통해 회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접촉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날 문 대통령은 “정치권이 국민께 국가적 문제에 대한 초당적 협력이라는 추석 선물을 드릴 수 있으면 좋겠다”며 임 실장과 정 수석을 향해 “여야 지도부에 예우를 갖춰 회동의 취지를 잘 설명하고, 국민께 희망을 드리는 내실 있는 대화가 될 수 있도록 잘 준비하길 바란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이 같은 당정의 프로포즈에 야권은 고개를 돌리고 있다. 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불참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혔다. 10여명이 자리할 라운드테이블에서는 북핵 등 최근 안보 쟁점에 대한 논의가 불가능한 만큼 형식적인 만남이 될 것이 뻔하다는 이유를 내세웠다.
대신 홍 대표는 대통령과의 단독 회동을 역제안했다. 문 대통령과 민주당이 깔아놓은 '협치'에 발을 들여놓는 대신 제 갈 길을 만들겠다는 의도로 파악된다. 국회에서 여당과 소위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의당에 주도권을 빼앗기고 있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는 상징성이 가장 큰 형식인 셈이다.
정우택 한국당 원내대표도 이날 “대화를 안 하겠다는 것이 아니며 안보뿐만 아니라 정국에 대해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눌 준비가 됐다”면서도 “대통령이 진정으로 야당과 심도 있는 대화를 하겠다면 일대일로 만나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당은 일단 일정을 보자며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면서도 내심 단독 회동을 바라는 모양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여야 대표 회동을 최초로 제안했을 뿐만 아니라 김명수 대법원장 인준에 공로가 있는 만큼의 대접을 받을 만하다는 이유에서다. 최근 개헌과 관련해 선거구제 개편을 두고 여당과의 합의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허심탄회한 소통의 자리가 절실하다.
하지만 청와대나 민주당은 단독 회동 제안을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은 눈치다. 굳이 단독 회동을 해야 할 절실함이 없으며, 자칫 나머지 정당을 배제한다는 더 큰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는 점이 부담이다. 일부에서는 '한국당 제외' 시나리오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막판까지 야권에 참석을 설득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굳이 오지 않겠다는 사람은 빼고 참석한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는 얘기”라면서 “라운드테이블에서도 실질적인 논의를 충분히 할 수 있는 방안도 있다”고 설명했다.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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