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경로 탐지가능…맞대응 무리 판단 가능성 커
[아시아경제 이설 기자] 미국 전략폭격기 B-1B 랜서가 북한쪽 동해 국제공역을 근접해 비행을 하자 북한의 사전 탐지 여부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과연 북한의 방공망은 어떤 수준일까.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가 지난 4월 발표한 '북핵ㆍ미사일 리포트'에 따르면 북한은 전방지역과 동·서부 지역에 SA-2와 SA-5 지대공 미사일을, 평양 지역에는 SA-2 및 SA-3 지대공 미사일과 고사포를 집중 배치하고 있다. 지난 5월엔 신형 지대공미사일 KN-06(번개5호)도 시험 발사했다. 평양 일대를 놓고 보면 지대공미사일, 고사포 등이 겹겹이 둘러싸인 촘촘한 방공망을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중 북한이 열병식 때마다 공개하는 지대공미사일 SA-5는 최대 사거리가 260∼300㎞로 고도 40km까지 요격할 수 있다. SA-5와 함께 운용되는 레이더는 400km까지 탐지 가능하다. 23일 B-1B 랜서 폭격기의 무력시위는 강원도 원산 동쪽으로부터 약 350km지점 떨어진 곳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이론적으로는 북한이 B-1B 등의 비행경로를 탐지할 수는 있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미 공군 전력과 맞대응 하는 것은 무리라는 판단으로 북한은 일단 B-1B 등의 움직임을 관망했을 가능성이 크다. 공해상의 미 폭격기 출격에 대응해 북한 전투기를 원거리 대응하는 것도 마땅치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미국의 무력시위가 잦아질 경우 예기치 못한 우발충돌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2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미 전략폭격기가 북방한계선(NLL)을 넘지 않더라도 자위권 차원에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미군은 F-22 랩터 등 최고의 스텔스 기능으로 적의 방공망을 손쉽게 뚫을 수 있는 전략무기를 갖췄다. 북한의 레이더 탐지 거리 밖에서 공대지 미사일을 발사해 얼마든지 목표 지점을 타격할 수 있는 전력을 보유하고 있다. 미군이 북한을 선제 타격할 경우 F-22 랩터는 B-2 스피릿과 함께 1순위로 꼽히는 최첨단 전투기다. 지난해 2월에는 사상 처음으로 1개 편대, 4대가 동시에 한반도 상공에 출동해 북한에 무력시위를 벌인 바 있다.
다음달 17일부터 22일까지 열리는 서울 국제항공우주및방위산업 전시회(ADEX 2017)에도 F-22와 F-35A 스텔스 전투기가 동시에 참가한다. F-35A는 미국의 최신 스텔스 전투기 F-35의 기본형이다. 미국이 F-22와 F-35A를 한반도에 공개적으로 파견하는 것은 북한에 대한 경고 메시지도 있다는 관측도 있다.
우리 공군도 최근 북한의 방공망 밖에서 차세대 장거리 순항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F-35A '라이트닝 2' 스텔스 전투기를 개발하고 있다. 미국의 록히드마틴은 F-35기에 장착해 운영할 수 있는 차세대 원거리 순항미사일 개발에 속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이설 기자 sseo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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