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성기호 기자]남경필 경기지사가 19일 장남의 마약 투약 혐의와 관련 "아버지로서 무한한 책임을 느낀다"고 말했다. 남 지사는 전날까지 출장차 독일 베를린에 머물고 있었지만 아들의 소식을 듣고 이날 급거 귀국했다.
남 지사는 이날 인천공항 입국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민들께 죄송하다는 말씀밖에 드릴 것이 없다"며 "도지사로서 경기도민들과 국민들께 이런 불미스러운 일이 또 일어난 것에 대해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다만 향후 정치적 거취를 묻는 질문에 대해선 "차후 말씀 드리겠다"며 선을 그었다.
남 지사의 첫째 아들은 최근 필로폰 4g을 중국에서 밀반입해 자택에서 수 차례 투약한 혐의(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로 긴급체포돼 18일 구속영장이 신청됐다. 그는 서울 성북경찰서 유치장에 입감돼 있으며 이날 중 영장실질심사를 서울중앙지법에서 받을 전망이다.
남 지사 아들의 범죄연루는 바른정당 입장에서 상당히 곤혹스러운 문제다. 남 지사는 지난 대선 경선에서 유 의원과 경쟁을 벌였던 당의 스타 정치인이다. 여기에 남 지사는 내년 지방선거에서 원희룡 제주지사와 함께 당선권에 가장 근접한 당의 주자였다. 대선 이후 여당의 바람을 맞설 수 있는 후보는 현직 뿐이라는 인식이 있었기 때문이다.
자유한국당과 보수적자 자리를 놓고 경쟁을 벌이던 바른정당은 또 다시 대형 악재를 만났다. 이혜훈 전 대표의 금품수수 의혹과 유승민 의원이 비대위원장 추대 불발을 겪은데 이어 남 지사 아들의 마약 문제 등 한치 앞을 내다 볼 수 없는 상황이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사태로 인해 바른정당 내 자강파의 기세가 한풀 꺾일 것으로 보고있다. 공교롭게도 이 전 대표와 유 의원 남 지사 모두 자강론을 강조해 왔던 인사들이였다. 특히 남 지사의 경우 '유승민 비대위'가 불발되자 대안으로까지 거론되던 인물이었다.
바른정당은 11월13일 차기 지도부 선출을 위한 당원대표자회의(전당대회)를 개최하기로 했지만 벌써부터 흥행과 당내 계파 갈등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성기호 기자 kihoyey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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