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적인 통계지표로 금리 인상을 계획 중인 미국 연준 부담커져
[아시아경제 이창환 기자] 미국 남부를 강타한 허리케인의 영향이 경제지표에 부정적으로 반영되기 시작했다. 부정적인 경제지표가 금리 인상을 계획하고 있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18일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8월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0.2% 감소했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WSJ) 조사치는 0.2% 증가였는데 전망을 크게 빗나갔다.
자동차를 제외한 8월 소매판매는 0.2% 증가했다. 앞서 애널리스트들은 0.5% 증가했을 것으로 예상했었다.
소매판매 감소는 건축자재와 전자상거래, 자동차 등의 판매 축소가 원인이다. 상무부는 지난달 미국 텍사스 지역을 강타한 허리케인 '하비'의 영향을 받은 기업들로부터 판매가 감소한 수치들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소매판매는 미국 소비자들의 지출 상태를 보여주는 지표로 미국 경제 활동의 3분의2를 차지해 실질적인 미국 경기 회복 여부를 가늠하는 데 쓰인다.
소비 지표를 의미하는 미국 소매판매 부진은 금리 인상을 계획하고 있는 미국 연준에 부담이 될 수 있다.
지난달 미국 산업생산도 허리케인 탓에 예상 밖으로 감소했다. 연준은 8월 산업생산이 전월대비 0.9% 감소했다고 지난주 발표했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 조사치는 0.1% 증가였다.
연준은 하비로 텍사스 지역의 정유와 원유 채굴 활동 등이 중단되면서 8월 전체 생산을 대략 0.75%포인트 낮췄다고 설명했다.
허리케인의 피해는 앞서 나온 지표에서도 확인된 바 있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달 마지막주 미국의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전주보다 6만2000건 늘어난 29만8000건을기록했다.
이는 2012년 11월 이후 최대 증가폭이며 시장 예상치 24만5000건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허리케인 하비의 영향이 컸던 텍사스 지역에서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크게 늘어났다.
이후 9월 첫째주의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28만4000건으로 한 주 전보다 소폭 감소했지만 여전히 30만건에 가까운 수치를 기록했다.
시장에서는 허리케인의 영향으로 미국의 경제지표가 나빠지는 조짐을 보이면서 금리 인상을 고민 중인 연준의 통화정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하고 있다.
특히 9월 초 플로리다 지역을 강타한 어마의 피해까지 통계에 잡힌다면 3분기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소매판매와 산업생산 지표가 발표된 이후 미국의 경제성장률을 실시간으로 측정하는 모델인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의 'GDP나우'는 미국의 3분기 경제 성장률 예상치를 2.2%로 제시했다. 지표 부진을 반영해 지난 8일 제시했던 3.0%에서 0.8%포인트 내렸다.
앞서 투자은행 바클레이즈는 하비가 남긴 피해로 3분기 미국 GDP 증가율이 1.0~1.5%포인트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지표 부진이 이어진다면 연준의 금리 인상에도 차질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은 낮은 수준의 생산성을 미 경제가 직면한 큰 걸림돌로 지적한 바 있다. 월스트리저널도 앞서 경제지표가 나빠진다면 미국의 금리 인상에도 차질을 빚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4분기에는 허리케인으로 인한 피해를 복구하는 과정에서 주택건설과 인프라 수요 등이 늘어나면서 경제가 반짝 회복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미국이 과거 여러차례 비슷한 허리케인 피해를 입었을 당시에도 당장은 GDP 성장률이 피해를 입지만 몇 개월 이내에 다시 GDP가 증가하는 모습을 나타냈다. 소비도 잠시 주춤해졌다가 다시 늘었다.
만약 경제지표가 반등하면 연준의 금리인상 가능성도 다시 높아진다. 이에 따라 이번 부진은 일시적 현상이며 연준의 통화정책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하며 향후 발표되는 경제지표들을 통해 12월 금리인상 여부 관련 보다 정확한 전망이 가능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창환 기자 goldfis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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