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發 패러디 열풍…원조 베트멍 이어 국내서도 카피캣 쏟아져
[아시아경제 오종탁 기자] "아, 저는 이케아 직원 아닌데요."
얼마 전 이케아 경기 광명점에 간 A씨는 애먼 사람을 직원인지 알고 불렀다가 무안 당했다. 사실 오해 할만했다. 그 사람이 이케아 로고가 박힌 티셔츠를 입고 있었기 때문이다. A씨는 아직도 어리둥절하다. 그는 "직원이 아니면 왜 그런 티셔츠를 입는지 이해가 안 된다"며 "이마트, 홈플러스 로고 티셔츠를 고객이 입는 거랑 같지 않느냐"고 말했다.
패러디로 시작된 이케아 패션 열풍이 티셔츠에까지 미쳤다. 올 여름부터 큰 인기를 끌며 '잇 아이템'으로 부상했다.
1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 최대 온라인 쇼핑 플랫폼인 네이버쇼핑에서 '이케아 티셔츠'를 검색하면 무려 1883건의 상품이 뜬다. 반팔부터 긴팔, 후드 등까지 스타일도 다양하다. 이케아는 저렴한 가격의 조립식 가구로 유명한 세계 최대 가구회사다. 가구 기업 로고와 티셔츠의 만남. 얼핏 보기엔 크게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다.
원조는 세계적인 스트릿 패션 브랜드 베트멍이 내놓은 티셔츠다. 베트멍이 티셔츠에 이케아 로고를 박아 선보이자 전 세계가 들썩였다. 이전에도 베트멍은 택배 회사 DHL 로고를 넣은 티셔츠로 대박을 쳤다.
베트멍의 이케아 티셔츠는 한국에서도 불티나게 팔리는 한편 수많은 카피 제품을 쏟아냈다. 의류 온라인 쇼핑몰들은 너도나도 비슷한 디자인의 상품을 내놨다. 베트멍 외 이케아와 정식으로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한 곳은 없다. 온라인몰들은 디자인, 색상 등을 조금씩 응용해 제작하기도 한다. 일부 판매 사이트엔 대놓고 '베트멍-이케아의 컬래버레이션 제품을 모티브로 제작했다'고 소개 돼있다.
현재 이케아는 저작권법 등으로 엄격하게 로고 티셔츠 판매를 제한하진 않고 있다. 오히려 외국에선 패러디에 대한 관대한 태도로 패션과의 접점을 늘려가는 모습이다.
이케아 패러디 열풍은 명품 브랜드 발렌시아가 가방에서 시작됐다. 발렌시아가가 올해 봄ㆍ여름(S/S) 시즌 신제품으로 선보인 2145달러짜리 가방은 이케아에서 파는 99센트짜리 장바구니 가방을 닮은 디자인으로 논란을 일으켰다. 명품 답지 않은 디자인이란 지적이 빗발쳤다.
그러나 들끓던 논란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튀었다. 이케아 가방 디자인을 차용한 패러디 제품이 줄줄이 나온 것. 이 밖에 드레스, 속옷, 샌들 등 다양한 '이케아 스타일' 제품이 탄생했다.
이에 대해 미국 타임지는 "이케아 브랜드에 대한 오마주(경의)와 상표에 집착하는 패션계 분위기에 대한 풍자가 합쳐졌다"고 분석했다.
오종탁 기자 ta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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