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전술핵무기 재배치 논란 뜨꺼워
북한의 지속적인 핵·미사일 도발로 인해 한반도 전술핵무기 재배치를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국제사회에서 대북 제재 강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야당을 중심으로 전술핵 재배치 주장이 확산되고 있다.
전술핵 재배치 논란이 촉발된 것은 지난 4일 송영무 국방부 장관의 발언부터였다. 그는 “정부 정책과 다르지만 북핵 위협을 효과적으로 억제·대응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 중 하나로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존 매케인 미국 상원 군사위원장도 10일(현지시간) 송 장관의 발언을 인용하며 “전술핵 재배치를 심각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 소유인 전술핵무기가 동맹국인 우리나라에 재배치되려면 미국의 의견이 우선인데 매케인 위원장의 이번 발언으로 재배치 필요성에 힘을 실었다.
전술핵무기는 소형 핵무기를 말하는데 위력의 크기는 상황과 목적에 따라 다르지만 통상 20kt 이하의 핵무기를 지칭한다. 야포와 단거리 미사일로 발사할 수 있는 핵탄두, 핵지뢰 등을 포함한다. 장거리 탄도미사일인 전략핵무기보다 사정거리는 짧지만 국지전에서 유리하며 전선에서 적을 궤멸하거나 전세를 역전시키기 위해 쓰인다.
전술핵 재배치를 찬성하는 입장에서 주장하는 것은 ‘공포의 균형’ 논리다.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은 ‘핵에는 핵’ 으로 대응해 평화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인도와 파키스탄이 서로 과거 수차례 핵실험을 강행하며 양국 사에에서 전쟁이 나지 않은 사례가 있다.
반면 전술핵은 한반도 비핵화 원칙에 맞지 않아 비현실적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한반도는 1991년 이전 950여개의 핵무기가 배치돼 있었다. 하지만 미국과 소련(현 러시아)이 ‘전략무기 감축협정’을 체결, 조지 H.W 부시 대통령이 한국의 전술핵 철수 계획에 서명하면서 한반도 비핵화가 선언됐다.
전술핵 재배치를 위해서는 결국 비핵화 원칙을 깨야한다는 것인데 중국과 러시아, 일본 등 주변국들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중국과 러시아는 우리나라가 핵보유국이 되면 견제할 수밖에 없고 일본의 비핵화 원칙에도 명분이 약해진다. 게다가 한반도 비핵화 원칙이 폐기되면 북한에 핵 폐기를 요구할 논리적 근거가 없어진다.
한편 문재인 정부는 전술핵 재배치 반대 입장을 11일 공식 표명했다. 청와대 관계자에 따르면 한국과 미국 정부는 전술핵 재배치와 관련해 논의한 바 없으며 한반도 비핵화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디지털뉴스본부 윤신원 기자 i_dentit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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