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머지 가해자 3명에게도 가장 낮은 조치인 '서면사과' 결정
[아시아경제 이민우 기자] 서울시 학교폭력대책지역위원회가 숭의초 수련회 학교폭력 사건을 재심한 결과 그 동안 논란이 됐던 '재벌 손자'는 가해자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1일 숭의학원에 따르면 서울시 학폭지역위는 지난달 24일 재심 과정에서 가해 학생으로 심의에 청구된 4명 가운데 3명에 대한 혐의는 인정했지만 재벌 회장의 손자인 A학생에 대해서는 조치사항을 내리지 않기로 결정했다. A학생이 폭력사건 현장에 없었다는 학교 측의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또한 학폭지역위는 나머지 가해 학생 3명에게는 학교폭력예방법에서 폭력의 경중에 따라 1호부터 9호까지 부과하는 조치사항 중 가장 낮은 단계인 1호 '서면사과'를 부과했다.
앞서 숭의초에서는 지난 4월 20일 수련회 당시 3학년 남학생 4명이 같은 반 학생 1명을 이불로 감싼 뒤 장난감 야구방망이로 집단 구타한 사건이 발생했다. 담임교사는 사건 직후 이를 인지했지만 이를 묵인하려 들었고, 학교 측 역시 20여일 지나서야 교육지원청에 처음 보고했다.
사건 발생 초기인 지난 4월27일 피해학생의 어머니가 가해학생을 지정해 신고했지만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는 1차 심의 당시 이 학생을 대상에서 누락시켰다. 최초로 학생 진술서 18장 중 6장도 사라졌다. 생활지도부장은 가해학생의 학부모가 학생 진술서와 자치위원회 회의록을 요구하자 이메일과 문자 등을 통해 직접 제공하기도 했다.
서울시교육청은 특별감사 결과 이러한 일들이 생활지도부장이나 담임교사 등의 독단적인 행동이 아니라 교감, 교장의 개입 아래 이뤄진 일이라고 판단, 이들 모두를 수사의뢰했다. 지난달 12일에는 숭의초 학교 법인에 이들 4명을 해임과 정직 등 중징계 처분을 요구했다. 다만 이 사건을 학교폭력을 볼 것인지와 A학생이 가해자인지에 대해서는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당시 이번 사건의 피해 학생은 이미 확인된 3명의 학생 외에 A학생도 폭력에 가담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학교 측은 여러 목격자 증언과 초기 진술서로 미뤄볼 때 등을 보면 A학생은 폭력에 가담하지 않았다고 맞선 바 있다.
숭의초 관계자는 "이번 사건이 '심각한 집단폭력사태와 재벌손자 비호' 규정돼 해당학생들과 교사들 모두 심각한 2차 피해를 입고 있다"며 "저학년의 학교폭력 사안에 대해서는 화해와 훈육으로 교육적 해결이 가능한 일이라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이로써 이번 사건에 대한 서울교육청과 학폭지역위 차원의 행정적 절차는 일단락됐다. 학폭지역위 관계자는 "피해자가 재심 결과를 인정하지 않을 시 국민권익위원회에 행정심판을 제기하거나 사법기관에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며 "이 경우 3년 가량 걸리는 장기적인 과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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