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문제원 기자] 국가정보원 직원들에게 18대 대선 개입을 지시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66)이 파기환송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아 다시 구속됐다. 법원은 논란이 됐던 그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서울고법 형사7부(부장판사 김대웅)는 30일 원 전 원장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파기환송심 선고공판에서 징역4년의 실형과 자격정지 4년을 선고하고 원 전 원장을 법정구속했다.
재판부는 "원 전 원장은 범행에 적극 가담했고 가담 정도가 매우 중하다"면서 "엄정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원 전 원장과 함께 기소된 이종명 전 국정원 3차장(60)과 민병주 전 국정원 심리정보국장(59)은 각각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대법원의 파기환송의 근거가 됐던 핵심 증거인 '425 지논 파일'과 '시큐리티 파일'에 대해 "환송 판결의 기속력에 따라 위 증거의 증거능력을 배척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들 파일은 작성자 등에 의해 성립의 진정함이 증명돼야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있다"며 "그러나 작성자로 추정되는 국정원 사이버팀 지원의 법정 진술에 의해 진정함이 증명된 바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파기환송 전 2심이 트위터 계정 716개를 증거로 인정한 것과 달리 391개만 인정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파기환송 전 2심이 대규모 트위트 계정과 파일로 유죄를 선고한 것과 달리 검찰이 추가로 제출한 증거와 국정원 직원들이 사용한 트위터 계정을 중심으로 중형을 선고했다.
특히 재판부는 검찰이 파기환송심에서 제출한 국정원의 2009년 6월19일자 부서장 회의 녹취록 등 10여 건의 문건을 근거로 유죄 판단을 내렸다.
재판부는 "원 전 원장은 부서장 회의를 통해 국민여론 형성 과정에 국정원이 직접 관여하라고 노골적으로 지시했다"며 "여론은 건전한 비판과 토론으로 자유롭게 형성돼야 하는 것으로 피고인의 행위는 위법성이 매우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검찰이 제출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관련 보고서를 근거로는 "'야당에 점령당한 SNS에서 허위정보가 유통되고 민심이 왜곡되는 것을 차단해야 한다'는 내용이 기재됐다"며 "국정원은 평상시에도 각종 선거에서 여당의 승리를 목표로 대책을 수립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원 전 원장 측 배호근 변호사는 판결 직후 취재진에게 "재판부 판결을 수긍할 수 없다"며 "상고해 대법원 판결 받아보겠다"고 밝혔다. 배 변호사는 "(법원이) 일방적으로 검찰의 주장만을 수용했고 변호인이 여러가지 증거와 법리에 따라 얘기한 것은 전혀 감안되지 않았다"며 "판결문을 자세히 검토해봐야겠지만 기본적으로 상고해 대법원 판단 받아보겠다는 입장이다"고 설명했다.
배 변호사는 "양형도 환송 전보다 심하게 올라갔기 때문에 주관적인 판단이 작용한 거 같고 그것에 대해선 도저히 수긍할 수 없다"며 "모두 검토해서 대법원의 판단을 받으면 적정하게 바로 잡혀지리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법원이 이날 판결에서 원 전 원장에게 응분의 책임을 물은 것으로 본다"며 "상고심에서도 철저히 대비하겠다"고 밝혔다.
원 전 원장은 2012년 총선ㆍ대선 과정에서 국정원 심리전단 직원 등을 동원해 특정 후보ㆍ정당에 대한 지지ㆍ반대 내용을 담은 댓글을 달게 해 선거에 영향을 미친 혐의(국정원법ㆍ공직선거법 위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2014년 국정원법 위반 혐의만 유죄로 판단해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 자격정지 3년을 선고했지만 2심은 2015년 국정원법ㆍ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모두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3년과 자격정지 3년을 선고하고 원 전 원장을 법정구속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2015년 7월 공직선거법과 국가정보원법 위반 혐의를 모두 유죄로 판단해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원심의 유죄 판단 부분은 '425지논 파일'과 '시큐리티 파일'의 증거능력이 인정됨을 전제로 한 것인데, 위 두 파일의 증거능력이 없어 전제가 부정되는 이상 원심의 판단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다는 취지다.
검찰은 지난 24일 "기존에는 극히 일부만 파악됐던 민간인 외곽팀의 규모와 실상이 확인돼 공판에 반영할 필요가 생겼다"며 변론재개를 신청했지만, 재판부는 "사건 진행 정도 등에 비춰 변론을 재개해야 할 사유가 소명되지 않았다"며 불허하고 이날 선고공판을 열었다.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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