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수요 동시 감소에 가격 향방 불투명
추석 다가올수록 수급 차질 빚을 우려 커
[아시아경제 오종탁 기자] 계란 가격이 살충제 파동 확산 속 더 치솟을 것으로 우려됐으나 당장의 급등세는 나타나지 않았다. 다만 이를 가격 안정으로 보는 시각은 거의 없다. 향후 사태 수습과 소비자들의 추석 준비가 맞물리면서 가격이 급등할 여지도 있다.
18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데이터를 보면 이날 기준 계란 30개들이 한 판(중품 특란) 평균 소매가는 7358원으로 사태가 불거지기 직전인 14일 7595원에 비해 오히려 3.1%(237원) 떨어졌다. 평년 가격(5554원)보다는 32.5% 높다. 평년가는 올해를 제외한 최근 5년 간 해당 일자의 평균값이다. 1년 전 가격(5342원) 대비론 37.7% 비싸졌다.
aT는 지난 15일 사태 발생 후 16, 17일 이틀간은 소매가 데이터를 발표하지 않았다. 유통업체들의 연이은 취급 중단, 정부 조사 결과에 따른 판매 재개 등 시장이 비정상적이었기 때문이다. 이날 데이터만으로 향후 소매가 흐름을 판단하는 것은 시기상조다.
공급과 소비자 수요가 동시에 감소한 상황에서 계란값은 어떤 방향으로 튈지 미지수다. 올해 초 발생했던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여파에 산란계가 대거 살처분 돼 계란 공급 자체는 대폭 줄어 있다. 또 통상 7∼8월에는 더위를 먹은 산란계가 알을 평소보다 적게 낳아 공급량이 원체 적다. 이번 살충제 계란 파동으로 정부 조사에서 '적합' 판정을 받은 계란만 판매되는 점은 공급 감소를 더욱 부채질한다.
공급만 놓고 보면 가격이 곧바로 급등해야 하는데 소비도 함께 줄면서 소매업체들의 계란 판매가는 일단 동결 상태다. 이날 기준 이마트와 롯데마트의 대표 계란 제품(30구) 판매가는 6980원으로 15일 판매 중단 전과 동일하다. 소비자들 사이에서 계란 공포증이 확산돼 매출은 크게 줄었다. 17일 이마트의 계란 매출은 직전주보다 40%,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는 28% 감소했다. 롯데마트 계란 매출도 한 주 전 대비 40% 감소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현재 계란 공급업체가 100판을 납품하면 팔리는 물량은 절반 수준"이라며 "업자들이 가격 떨어뜨려서라도 제품을 팔고 싶어한다"고 전했다. 전국 소매업체 중 가장 비싸게 파는 곳의 가격도 지난 14일 8700원에서 이날 8150원으로 떨어졌다.
한편 사태 진정 후 가격 급등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은 전날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농식품부 업무보고에 참석해 "당장은 계란 수급에 문제가 없지만 추석을 앞두고는 1억개 정도의 계란이 필요하므로 수입을 검토하고 있다"며 "현재 수요와 공급이 동시에 떨어지는데 어느 것이 더 크게 감소하는지 하루에 두 번씩 모니터링한다"고 밝혔다.
오종탁 기자 ta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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