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문제원 기자] '비선실세' 최순실의 최측근인 대한승마협회 간부를 조사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나쁜 사람'으로 지목 당해 좌천된 진재수 전 문화체육관광부 과장이 박 전 대통령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는 17일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공판을 열고 진재수 전 과장과 이상화 전 KEB하나은행 독일 프랑크푸르트 법인장을 증인으로 불러 신문한다.
지난 10일 이후 일주일만에 열린 공판에 출석한 박 전 대통령은 이날 평소와 다름없이 회색 정장 차림으로 법정에 들어섰다. 박 전 대통령은 유영하 변호사 옆에 앉아 굳은 표정으로 증인신문을 지켜봤다.
진 전 과장은 2013년 8월 노태강 문체부 전 체육국장(현 제2차관)과 함께 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나쁜 사람'으로 지목됐다. 당시 두 사람은 최씨의 딸 정유라씨가 경북 상주에서 열린 승마대회에서 2위를 한 후 진행된 승마협회 감사에서 '현 승마협회 임원진뿐 아니라 최씨 측근인 박원오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 측도 문제가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작성했다.
검찰은 진 전 과장 등이 최씨가 원하는 내용으로 보고서를 작성하지 않아 최씨의 미움을 샀고, 이 때문에 박 전 대통령의 지시로 좌천성 인사조치를 당했다고 보고 있다. 유진룡 전 문체부 장관은 박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에 증인으로 나와 "대통령이 역정을 내며 (두 사람을) '인사조치 하세요'라고 지시했다"고 증언했다.
진 전 과장에 이어 증인으로 나오는 이 전 법인장은 독일에 있던 당시 최씨의 계좌 개설을 돕고 정씨에게 거액을 대출해주는 등 최씨 일가의 '금고지기'로 알려져 있다. 이 전 법인장은 독일에서 귀국한 뒤 초고속 임원으로 승진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최씨가 박 전 대통령을 통해 이 전 법인장의 임원 승진에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전 법인장은 지난달 이 부회장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최씨가 삼성의 요구로 회사명을 '비덱'으로 바꾸고, 삼성이 정씨의 말값 지원을 위해 10년 관행을 깨고 해외에서 한국계 은행 계좌를 개설했다고 말했다.
검찰과 특검은 두 사람의 증인신문을 통해 삼성의 정유라 승마지원 의혹과 박 전 대통령의 부정한 인사 개입 등을 캐물을 예정이다. 이 부회장의 선고를 일주일 앞둔 상황에서 박 전 대통령 재판에 핵심 증인이 줄줄이 출석하면서 뇌물혐의와 관련된 중요한 증언이 나올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한편 18일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었던 박원오 전 전무는 지난해 후두암 수술로 인해 최근 '2주 음성사용 중지' 진단을 받았다며 전날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최씨 측 이경재 변호사는 "소명 자료가 없다"며 강제구인을 요청했지만 재판부는 박 전 전무의 수술 사실이 확인되고 다음에는 반드시 출석하기로 약속한 만큼 다시 기일을 잡기로 결정했다.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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