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권성회 기자] 16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14.04포인트(0.60%) 오른 2348.26으로 마감했다. 지난 8일부터 11일까지 4거래일 연속 하락한 뒤 2거래일 연속 0.6%대 상승률을 보이며 반등에 나섰다. 다만 최근 지수 하락을 주도했던 외국인들의 매도세는 지속됐다. 이날 역시 외국인은 1015억원어치를 순매도하며 5거래일 연속 국내 주식을 팔았다. 다만 지난 4거래일에 비해서는 매도금액이 줄어들었다.
전문가들은 국내 지정학적 리스크 외에도 미국과 유로존의 유동성 축소에 따라 외국인의 매도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기업들의 이익 추정치가 다소 낮아지고 있다는 점도 부정적이다. 다만 현재 코스피 추이를 보면 추가적인 지수 하락 가능성보다는 반등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의견도 존재한다.
◆정동휴 신영증권 연구원=지정학적 우려로 외국인 순매도가 이어지고 있다. 7월24일 이후 3조5000억원의 순매도가 나타났다. 우려 완화 시 외국인 순매도 강도는 완화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9월까지 외국인 수급은 부정적일 것으로 예상한다.
미국과 유로존의 유동성 축소에 따른 외국인 자금의 국내 증시 이탈 가능성을 유지하는 바이다. 다시 한번 언급하면, 유럽중앙은행(ECB)의 출구전략 관련해서는 8월 미 잭슨홀 미팅(24~26일, 현지시각)에서의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 연설과 9월 ECB통화정책회의(7일), 미 연방준비제도의 자산축소 관련해서는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19~20일)를 주목해야 한다. 다만, 외국인 수급의 빈자리는 국내 자금이 빠르게 대체할 것으로 예상한다.
지정학적 우려 이슈와 글로벌 유동성 축소에 따른 외국인 순매도라는 대외적인 요인 외에 투자자가 주목해야 할 대내적 요인이 있다. 바로 코스피 이익모멘텀 둔화이다. 올해 코스피 상승의 원동력은 꾸준한 영업이익 컨센서스 상승과 기대를 충족하는 실적 발표였다. 그런데 이제부터는 이러한 긍정적 요인이 연말까지 지속될 수 있을지 확인해야 한다.
2001년 이후 올해처럼 영업이익 컨센서스가 꾸준히 상승했던 기간은 총 5번(2002년,2004년, 2010년, 2011년, 2016년)이다. 그런데 과거 5번 모두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6월~9월 고점 형성 후 7월~10월 하락 전환해 연말까지 지속 하락했다. 이러한 경험적 사실을 고려하면, 올해 역시 영업이익 컨센서스 하락 전환이 나타나, 연말까지 이익모멘텀이 둔화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최근 2017년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196조4000억원으로 7월 말 196조6000억원 대비 소폭 하락했다. 추세적인 하락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다.
◆정인지 유안타증권 연구원=북한의 미사일 발사 위협으로 인한 지정학적 리스크가 잦아들면서 코스피는 반등 시도에 나섰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도세는 지속됐지만 그 규모가 줄어들면서 이틀째 반등했다.
코스피는 지난해 12월8일 60일 이동평균선을 회복한 후 지난 8일 8개월 만에 동 이평선을 밑돌았다. 이후 상대강도지수(RSI, 단기 과매수와 과매도를 나타냄)에서 과매도권에 도달했다. 지금과 같이 60일 이평선을 장기간 웃도는 상승 추세 진행 과정에서 RSI 기준으로 과매수에서 한 달 이내에 과매도권에 도달한 경우는 2007년 8월과 2011년 3월에 나타난 바 있다. 두 경우 모두 일시적으로 과매도권에 도달한 후 바닥권을 형성하면서 반등했는데, 120일 이평선 부근에서 반등하면서 전고점을 넘어서는 상승세를 보인 바 있다.
일반적으로 120일 이평선은 장기 추세에서 중요한 분기점으로 작용해 쉽게 이탈하지 않고, 장기 상승 추세 진행 과정에서 단기간에 과매수에서 과매도에 도달할 정도로 급락했다면 추가 하락 가능 폭은 제한적이라 할 수 있다. 단기 반등세가 이대로 이어지지 않고 다시 바닥 확인 과정을 거치더라도 120일 이평선을 크게 밑돌지 않는 수준에서 바닥권이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다.
◆윤정선 KB증권 연구원=향후 북미관계 개선여부에 따라 금융시장에 미치는 지정학적 리스크 강도가 결정되겠지만, 현 시점에서 그 종료 시점을 판단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실적 측면에서는 올해 코스피 이익상승을 주도하는 섹터는 여전히 IT 섹터이며, 올해 영업이익의 약 39%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관점에서 물론 지수 조정 시 변동폭은 클 수 있으나 지수 반등 시에도 IT 섹터를 제외한 지수 반등이 나타나기는 어려우며 구조적으로 코스피와의 동조화 현상은 불가피하다.
결과적으로 지정학적 리스크 부각에 따라 업종별 단기 조정은 나타날 수 있겠으나 IT 섹터와 더불어 금융, 소재업종은 아직 펀더멘탈 훼손 시그널이 나타나고 있지 않다는 관점에서 긍정적인 시각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역시 지수 상승의 키는 외국인 수급이며, 당분간 시장의 불확실성을 반영해 지수 박스권 등락을 전제한 종목별 트레이딩 전략이 유효할 것으로 예상한다.
권성회 기자 street@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