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 장관 취임 후 폐쇄적 조직문화 개선
"칼퇴하면서 눈치보지 않아도 되고, 연차 쓸 때 '아이가 아프다'는 거짓 변명을 하지 않아도 돼 너무 좋아요."
16일 외교부의 한 직원은 "고무줄 근무시간과 육아문제로 남편과 갈등을 빚어왔는데 이제 한숨 돌렸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은 현재의 외교부 분위기를 대변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 취임과 함께 최대 난제로 꼽혔던 특유의 폐쇄적 조직문화 개선이 어느 정도 성과를 내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외교부가 확연하게 달라졌다. 강 장관의 '유연한(flexible)' 리더십이 직원들의 업무 만족도를 높이면서 업무의 질도 함께 끌어올렸다. 외교부 고위 간부는 "요즘 부쩍 직원들의 표정이 밝아졌다"면서 "이전에 비해 일 처리속도가 빨라지고 보고서 내용도 풍부해졌다는 것을 체감한다"고 밝혔다.
강 장관은 취임 23일 만인 지난달 11일 오영주 장관특별보좌관을 단장으로 하는 '혁신태스크포스(TF)'를 가동했다. 혁신TF는 지난 4일 내부 진단과 온라인 소통플랫폼을 통해 접수된 약 800건의 의견을 바탕으로 외교부 혁신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에는 강 장관과 국장급 이상 간부 60여명, 과장급 이하 직원 대부분이 참석했다. 강 장관 취임 후 '장관-실무직원 간 대화 등 소통의 기회가 적지 않았음에도 이날 토론회는 만원을 이뤘다. 그 만큼 열기가 뜨거웠다. 혁신TF는 토론 결과 등을 바탕으로 다음 달 하순 장관 취임 100일에 맞춰 '외교를 잘하기' 위한 '액션 어젠다'를 발표할 예정이다.
토론회에 참석했던 한 직원은 "이날 토론회의 가장 큰 성과는 국장급 이상 간부들도 장관과 다름없이 '유연하다'는 점을 확인한 것"이었다면서 "간부들이 받아들이기 거북한 발언들이 적지 않았지만 이를 솔직하게 인정하면서 변화를 꾀하는 태도가 엿보였다"고 전했다.
외교부가 유연한 리더십에 동화되면서 미국·중국·일본·러시아 등 4대 강국과 유럽에 쏠리던 외교의 무게중심도 균형이 잡힐 것으로 기대된다. 인사철이면 4대 강국과 유럽 근무에 목을 매던 외교관들이 아세안국가와 남미·아프리카 국가에도 지원하기 시작한 것이다. 본인의 장점과 주특기를 살리고자 하는 외교관이 늘었기 때문이다.
혁신TF 관계자는 "위로부터 지시에 의한 변화가 아니라 아래에서부터 자발적인 변화가 이뤄지고 있음은 우리 외교에 긍정적 시너지로 작용할 것"이라면서 "앞으로 인사는 4대 강국에 치우치기보다 국익을 키울 수 있는 인적 역량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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