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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군사·외교·중국 압박속 고개드는 타협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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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뉴욕 김근철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 정부가 북한을 압박하기 위한 다각적인 전술을 구사하고 있다. '핵 전쟁'까지 거론하며 군사적으로 북한을 압박했던 트럼프 정부는 외교적 해결과 중국의 역할까지 포괄한 대북 압박에 주력하는 기조를 보이고 있다. 결국 북한을 대화의 테이블로 끌어내겠다는 의도이지만 일부에선 북한을 상대로 적절한 타협을 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미국 내에서 고개를 들고 있다.


대북 군사 옵션을 전면에 밀어붙였던 트럼프 정부의 미묘한 기류변화는 주말 사이에 백악관 안팎에서 감지되고 있다.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은 13일(현지시간) ABC방송에 출연, "10년 전보다는 북한과의 전쟁에 가까워졌지만 한 주 전보다는 가까워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시민과 동맹이 이 불량 정권(북한 정권)에 의해 위협 받는 상황을 용인하지 않을 것을 분명히 해왔다"면서 "김정은이 미국과 동맹을 위협하고 어떤 대응에 직면할지가 모호하다면 (북한의 도발) 위험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맥매스터 보좌관은 지난 5일 북한의 핵 위협을 제거하기 위해 '예방전쟁(preventive war)'을 포함한 모든 옵션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혀 파장을 일으킨 바 있다.

실제로 맥매스터의 예방전쟁 발언 이후 트럼프 대통령과 제임스 매티스 국방부 장관 등은 미국 괌을 겨냥한 미사일 발사 위협을 한 북한에 대해 군사적 응징과 김정은 정권의 종말을 암시하는 섬뜩한 경고를 쏟아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1일 오전에도 트위터를 통해 "북한이 현명하게 행동하지 않을 경우 이에 대한 군사적 해결책이 완전히 준비됐고 장전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11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통화 일정을 예고하면서 기자들에게 "희망을 갖고 보는데, 모든 것이 잘 해결될 것"이라면서 "단언하건대 나보다 평화적 해법을 더 선호하는 사람은 없다"고 강조했다.


마이크 폼페오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도 이날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일부에서는 미국과 북한이 핵전쟁의 문턱에 있다고 가정하는데 나는 우리가 오늘 그 상황에 있다는 것을 보여줄 만한 어떠한 정보도 없다"고 말했다. 폼페오 국장의 이 같은 발언은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이 지난주 주고받는 '말 폭탄'의 강도가 갈수록 높아지면서 일각에서 거론된 전쟁 임박설을 부인한 것이다. 이에 따라 미국의 대북 군사적 해법, 특히 선제공격 가능성도 한층 낮아진 것으로 전망된다.


일부 언론과 전문가들이 북한과의 전쟁이나 핵 공격 가능성을 기정사실로 삼아 각종 시나리오를 부각시키고 있는 분위기에 제동을 걸어둔 셈이다.


군사적 옵션을 무기로 북한을 압박, 궁극적으로는 대화와 협상 테이블로 김정은 정권을 끌어내려고 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는 것이 현재 트럼프 정부의 기조인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과 직접 통화를 하며 중국의 역할론을 강조하고 중국에 대한 압박 강도를 끌어 올린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현 상황에서 트럼프 정부가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가리지 않고 총동원하고 있는 셈이다.


한국을 방문 중인 조지프 던포드 미국 합참의장조차도 강경한 대북 군사적 메시지와 함께 외교적 협상 가능성도 함께 제시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던포드 의장은 한국행 비행기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 모두는 전쟁 없이 이 상황에서 빠져 나오는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군 지도자로서 나는 대통령이 외교와 경제압박 노력이 실패할 경우에 실행 가능한 군사옵션을 갖는다는 점을 확실히 해야 한다"며 군사적 옵션은 최후의 수단임을 강조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이는 전쟁을 피하기 위해 외교ㆍ경제적 압박을 사용하려는 렉스 틸러슨 국무부 장관의 노력을 군 당국이 조용히 지지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렉스 틸러슨 국무부 장관과 제임스 매티스 국방부 장관도 이날 WSJ에 보낸 '평양에 책임을 묻겠다'(We are Holding Pyongyang to Account)는 제목의 기고문에서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평화적 압박 캠페인'을 계속해 나가겠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한편 미국이 북한과의 전쟁을 피하고 협상을 통해 성과를 거두기 위해선 적절한 타협도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제임스 클래퍼 미국 전 국가정보국(DNI) 국장은 이날 CNN 방송과의 인터뷰를 통해 "북한의 핵 개발은 생존을 위한 그들의 티켓이어서 그것을 포기할 것으로는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이제 우리는 그것(북핵)을 받아들이고 한계를 정하거나 통제하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북한 비핵화를 보고는 싶지만 (현실적인) 카드는 아니다"고 말했다. 북한에 대한 핵 포기 결단만을 고집하지 말고 현실적인 타협과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뉴욕 김근철 특파원 kckim10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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