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은 13일 오후 경찰청에서 열린 경찰 전국 주요 간부회의에 참석해 최근 경찰 수뇌부 사이에서 벌어진 진흙탕 싸움에 대해 경고하고 대국민 사과를 했다.
다음은 김 장관의 모두 발언 전문.
불과 열흘 전, 12만 대한민국 경찰 여러분의 노고를 치하하기 위해 이 자리에서 선 바 있습니다. 그때 저는 국민들에게 사랑과 존중을 받는 인권경찰로 거듭날 것을 주문 드렸습니다. 그것이 국민이 기대하는 새로운 경찰의 비전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오늘은 시국의 엄중함과 사안의 심각성 때문에 의례적인 인사조차 생략하고자 합니다.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새 정부가 출범한지 100일이 채 안 됩니다. 아직 일부 각료는 임명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연일 핵과 미사일로 벌이는 북한 당국의 무모한 도발로 인해 한반도 안보상황이 어느 때보다도 불안정합니다. 이럴 때일수록 국민이 안심하실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국내 민생 치안에서 한 치의 빈틈조차 보이지 말아야 할 때입니다. 그 최일선에 여러분이 있습니다. 그런데 국민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해 복무해야 할 여러분이, 오히려 국민들께 걱정을 넘어 분노를 자아내고 있습니다. 경찰에 대한 질타로 국민의 여론이 들끓고 있습니다.
대통령께서도 공직 기강을 염려하고 계신 바, 주무장관으로서 마음 무겁기 짝이 없습니다. 지금 이 순간, 말 그대로 뼈를 깎는 반성이 경찰에게 필요합니다. 그리고 거듭나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나라의 주인인 국민들이 여러분을 버릴 것입니다. 여러분은 제복을 입은 공직자입니다. 당당한 공권력의 상징이어야 할 경찰의 위상이 땅에 떨어져, 외부의 힘에 의해 짓밟히게 될 것입니다. 지금 여러분의 어깨 위 계급장은 국민이 달아준 계급장입니다. 자부심과 명예의 상징입니다. 그러나 국민으로부터 버림받고 경멸당한다면 그 계급장이 불명예의 낙인으로 전락할 것입니다.
경찰에게는 오랜 숙원이 있습니다. 검경 수사권 조정입니다. 형사 사법 체계의 혁신을 통해 국민의 인권을 획기적으로 신장하기 위한 일대 개혁입니다. 국민들의 요구는 또 있습니다. 감당할 수 없는 사회경제적 양극화 때문에 사회 곳곳에 ‘갑의 횡포’가 만연해 있습니다. 국민들은 상처받고 분노하고 좌절하면서 사회 정의를 갈구하고 있습니다. 그런 국민들을 제일 먼저 마주치고 위로하고 보호해야 할 책무가 바로 12만 경찰 여러분들에게 주어져 있습니다.
그것이 국민들이 간절한 바람이고 시대정신입니다. 국민들은 우리 경찰이 인권 경찰로 거듭나는 모습을 간절히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런 국민들을 실망시켜서는 안 됩니다. 이번 사태가 참으로 부끄러운 것은, 그래서 저나 경찰 지휘부 여러분이 고개를 들 수 없는 것은 국민들의 기대를 저버렸기 때문입니다.
국민의 이름으로 당부 드리겠습니다.
오늘 이후 이번 일의 당사자들은 일체의 자기주장이나 상대에 대한 비방, 반론 등을 중지하여 주십시오. 개개인이 생각하는 억울함은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주어진 권한 내에서, 제 책임 하에 철저히 조사해 밝혀내고 잘못 알려진 것은 바로 잡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이 시각 이후에도 불미스런 상황이 되풀이 된다면 국민과 대통령으로부터 위임받은 권한을 행사하여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엄중히 그 책임을 묻겠습니다.
오늘은 긴급하게 소집된 경찰 지휘부 회의이고, 사안이 사안인 만큼 지금까지의 의례적인 회의 방식을 떠나 먼저 당사자들의 신상 발언을 듣겠습니다. 그러고 난 뒤에 제가 국민들께 몇 말씀 다시 올리겠습니다. 두 분이 국민들께 각자 겸허한 마음과 앞으로의 각오를 진지한 마음과 자세로 말씀해주시기 바랍니다.
2017년 8월 13일
행정안전부 장관 김부겸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