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노미란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연간 경제 성장률을 3%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고 공약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입으로만 떠드는 데 그치지 않고 예산안을 통해 3%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믿고 있다.
공약이 현실화된다면 이는 2000년 이후 연간 2%에 못 미쳤던 경제 성장률과 비교해 진일보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고작 1%포인트 차이지만 3% 경제 성장률은 고용과 임금 등에서 상당한 차이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현 상황으로는 미국 경제는 굴러가는 대로 둬도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케어, 감세 세금, 규제 완화 등 공화당이 제안한 정책들이 큰 차이를 만들 것 같지는 않다. 더 높은 경제 성장률을 제시하는 것은 세금 인하를 위한 예산 연막일 것이다. 미국 정부는 3% 경제 성장률 달성이 비현실적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면 세금 인하로 인해 재정 적자와 국가 채무가 급격히 증가할 것이란 현실을 직시하게 될 것이다.
20세기 후반 미국 경제는 3% 이상의 성장률을 보여왔다. 그러나 이후 미국 경제는 세 가지 측면에서 한계를 맞이했다. 우선 인구가 고령화되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하면서 총인구에서 은퇴인구가 차지하는 비율이 증가했다. 인구 구성의 변화로 인해 미국의 잠재 성장률을 연간 0.5%포인트 정도 낮아졌다.
건강보험 개편이 진행 중이지만 저소득층과 노년층의 건강보험 가입이 어려워진다고 해도 전체 노동자들의 근로 의욕이 높아지진 않을 것이다.
이민정책의 변화도 잠재적인 문제다. 미국은 최근 일 년에 근로가능 연령의 이민자 수를 100만명으로 제한하고 있다. 미국의 인구증가율은 높은 출산율을 보이는 이민자들 덕택에 유럽이나 일본보다 더 높은 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민자의 수를 연간 50만명 이하로 제한하겠다는 공화당의 정책 등은 경제 성장률 3% 달성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 될 것이다.
두 번째 제약 요인은 미국의 생산성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미국의 노동 생산성은 기술 발전과 함께 점차 증가해왔다. 90년대에는 정보 기술 혁명이 이와 비슷한 결과를 가져올 것이란 기대가 있었다. 그러나 이후 생산성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노스웨스턴 대학 경제학과의 로버트 고든 교수는 최근 저서 '미국의 성장은 끝났는가(Rise and Fall of American Growth)'에서 기술발전에도 더 이상 급격한 생산성 증대를 보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세금 감면과 건강보험의 개혁을 통해 자본 투자를 독려하는 등의 방법으로 경제 성장률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그러나 세금 인하는 경제 성장을 이끌지 못했던 조지 W부시 행정부의 실정을 그대로 답습할 것으로 예상된다.
마지막으로는 2008년 금융위기에서 파생된 제약 요인을 꼽을 수 있다. 고성장 정책은 위험성이 높은 단기 정책과 금융시스템의 불안을 동반하기 마련이다. 90년대와 2000년대 초반의 규제 완화와 이후 이어진 글로벌 금융위기 상황이 딱 그 짝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의 세부적인 내용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부채를 늘리는 방향으로 정해질 것이 확실하다. 이런 방식의 호황은 수백만 명의 사람들을 재정적 파탄에 빠트릴 뿐만 아니라 장기 불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
가장 신뢰할 수 있는 미 의회 예산국(CBO)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도 향후 미국 경제가 10년 이상 평균적으로 연간 2%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들도 3%의 경제성장률은 언강생심으로 보고 있다.
만약 미국 정부가 세금 인하를 밀어붙이고 현실을 거부한다면 돌아오는 것은 전례 없는 높은 수준의 국가 부채와 대규모 재정적자뿐일 것이다.
@Project Syndicate
사이먼 존슨 MIT 슬론 경영대학원 교수, 前 IMF 수석 이코노미스트 / 번역: 노미란 기자 asiar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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