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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 선당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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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류정민 차장] 중국의 대표적인 역사서 '사기(史記)'에는 염파와 인상여의 일화가 담겼다. 조나라 혜문왕 시대의 인물인 염파는 수많은 전투에서 큰 공을 세운 장수였다. 반면 인상여는 외교적인 능력이 출중한 인물이다.


인상여는 진나라에 사자(使者)로 파견돼 전쟁의 위기를 막아냈다. 혜문왕은 이러한 공을 인정해 '상경'이라는 벼슬을 내렸다. 염파는 인상여가 자신보다 높은 자리에 오른 게 못마땅했다. "인상여는 단지 혓바닥만 놀렸을 뿐인데…."

염파는 인상여를 만나면 반드시 욕보이겠다고 공언했다. 인상여는 염파를 보면 조용히 피했다. 인상여를 따르던 이들은 그 모습에 크게 실망했다. 인상여는 자신의 곁을 떠나려던 측근들을 만류하며 이렇게 말했다.


"진나라가 감히 조나라에 군대를 움직이지 못하는 까닭은 두 사람(염파와 인상여)이 있기 때문이다. … 나라의 급한 일이 먼저다. 사사로운 원한은 나중의 일이다."

두려움 때문에 피한 게 아니었다는 얘기다. 염파도 뒤늦게 인상여의 깊은 뜻을 깨달았다. 두 사람은 훗날 깊은 관계로 발전하며 나라의 부강을 함께 도왔다. 염파와 인상여의 사연은 사자성어 선공후사(先公後私) 유래로 유명하다.


선공후사는 사사로운 이익보다 공적인 이익을 우선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정치권에서 흔히 쓰는 선당후사(先黨後私)는 선공후사에서 파생된 말이다. 선당후사는 말 그대로 당을 위해 자신을 희생한다는 의미가 담겼다.


[초동여담] 선당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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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최근 선당후사 발언으로 화제에 올랐다. 그는 지난 3일 "선당후사 마음 하나로 (8·27 전당대회) 출마의 깃발을 들었다"고 말했다.


안 전 대표는 자신의 측근이 연루된 대선 증거조작 사건 때문에 정계 은퇴 위기에 몰린 바 있다. 안 전 대표는 지난달 12일 대국민 기자회견을 통해 "반성과 성찰의 시간을 갖겠다"고 말했다. 그렇게 말한 지 22일 만에 당 대표 출마를 선언했다.


안 전 대표의 선당후사 발언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4년 6월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 시절의 일화다.


7·30 재보선에 중진들이 출마 움직임을 보이자 당내에 논란이 일었다. 안 전 대표의 측근을 비롯한 정치신인들이 출마할 기회인데 중진들이 욕심을 낸다는 지적이었다.


안 전 대표는 당내 논란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중진들이 선당후사 마음으로 임하실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당시 선당후사 발언은 당 중진을 견제하는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3년 뒤 안 전 대표의 또 다른 선당후사 발언은 어떤 의미로 해석될지 궁금하다.




류정민 건설부동산부 차장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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