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릇·주방용품 상인들 "놀러갈 수가 없어"…50~80% 할인
1970년 개점 후 47년 만에 처음, 전단지 배포·친절 교육 등 가용수단 총동원
10월 2차 프로모션 예정…다른 업종도 동참 조짐
[아시아경제 오종탁 기자] "매출이 반토막 났습니다. 놀러갈 수가 없어요."
개점 이래 최초로 여름 휴가를 포기한 남대문시장 그릇ㆍ주방용품 상인들은 결의에 차 있었다. 이들은 매출 급감세 속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상가 불을 켰다.
'휴가 반납 세일' 첫날인 7일 오후 찾은 남대문시장 CㆍD동 상가 3층은 여전히 한산했다. 두 매장은 그릇을 주력으로 칠기, 냄비ㆍ프라이팬, 식사용구 등도 판다. 당초 여름 휴가 기간이었던 7~12일은 대규모 세일 행사로 바뀌었다. 불황 탈피를 위한 고육책이다. 할인율 50~80%에 일부 제품을 원가 이하로 파는데도 손님은 좀처럼 들지 않았다. 찜통 더위를 헤치고 남대문시장에 오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C동 3층에서 '프라이팬 전 제품 80% 세일' 플래카드를 붙이고 장사하던 한 상인은 "오전에는 손님이 조금 있더니 이제 한가해졌다"며 한숨지었다. 썰렁한 매장 분위기는 바로 옆 D동도 마찬가지. 오승후 D동 3층 상인회 상무는 "본격적인 휴가철이라 손님이 없을 시기이긴 하다"며 "그래도 세일 전에 비해서는 낫다"고 말했다.
상인들은 당장 장사가 안 돼도 이번 세일 행사를 끝까지 최선을 다해 치러낼 계획이다. 그만큼 절박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박병수 C동 3층 상인회장은 "불경기가 이어지는 와중에 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사태, 폭염까지 겹쳐 매출이 예년 대비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며 "뭐라도 해 봐야 한다는 심정으로 1970년 상가 개점 이후 47년 만에 처음 휴가를 반납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수십 년 간 남대문시장을 지킨 상인들에게는 이번 세일이 더욱 남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D동 3층의 터줏대감 이원섭 대원종합주방 대표는 "30여년 장사하면서 처음 휴가를 못 가게 돼 억울한 면도 있지만 불황 타개에 두 팔을 걷어붙일 수밖에 없다"며 "전국 최대 규모, 저렴한 가격, 상인의 자세한 설명 등 강점을 앞세워 고객몰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상인들은 상가 밖에 대형 현수막을 걸고 전단지도 배포했다. 전단지엔 그릇 사진과 함께 '한 번 뿐인 세일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국내 최대 매장에서 그릇을 싸게 구입하세요'라는 문구를 넣었다. 앞서 상인들은 전문 강사로부터 친절 교육을 받으며 세일 행사에 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금이나마 진심이 통했을까. 시간이 지날수록 매장에 활기가 돌았다. 멀뚱멀뚱 서 있던 상인들은 적극적으로 고객을 맞았다. 한 상인이 손님들에게 혼신의 힘을 다해 그릇을 선보이고 있었다. 상인은 "우리나라 음식은 고춧가루를 쓴 게 많다"며 "진열용이 아니라 매일 쓸 그릇을 고르는 거라면 빨간 음식을 담았을 때 예쁜 이 제품이 좋다"고 설명했다. 손님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릇 샘플을 유심히 살폈다. 다음달 결혼을 앞두고 예비 남편과 매장을 찾은 서선희(33)씨는 "사장님이 정말 자세하게 이것저것 알려줘 궁금증이 싹 해소됐다"면서 "그릇을 직접 보고 만질 수도 있어 더위를 뚫고 잘 왔다는 생각이 든다"며 웃었다.
남대문시장 CㆍD동 3층 상가는 이번 세일 경험을 바탕으로 오는 10월 추석이 낀 황금연휴 기간 한 번 더 대규모 프로모션에 나설 계획이다. 남대문시장 다른 업종에도 이 같은 세일 움직임이 퍼질 조짐이라고 상인회 관계자들은 전했다.
오종탁 기자 ta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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