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여년간 열혈 여성운동 현장 전문가
호주제 폐지·성매매 방지법 제정 기여
[아시아경제 이현주 기자]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은 30여년간 여성운동에 적극 참여해온 현장 전문가다. 노동운동을 하다 남성과 비교해 상대적 약자로서 차별받는 여성 문제에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게 됐다.
정 장관은 대학 교수로 지내면서도 현장과의 끈을 놓지 않았다. 1989년부터 10년간 한국여성연구회 공동대표를 지냈으며 2002년부터 2008년까지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 및 공동대표를 맡았다. 2008년부터 장관이 되기 전인 지난 6월까지 한국여성연구소 이사장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정 장관은 여성운동을 해오면서 2005년 3월 민법 개정으로 '호주제 폐지'를 이뤄낸 일에 가장 큰 의미를 둔다. 당시 여성계는 40여년간 호주제 폐지를 주장해왔다. 호주제는 전형적인 가족 형태에 고착돼 한부모가족과 같은 다양한 가족 형태를 배려하지 못하고 부계만으로 혈통이 계승되는 우리 문화 속에서 가부장적 관행을 강화하는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정 장관은 "한국 사회에서 호주제 폐지는 남녀평등과 민주화의 진전을 의미하는 역사적 사건"이라며 "고려시대 호주제를 주장하며 끝까지 반대하던 국회의원들이 있었으나 그 호주제가 일제 강점기 이래 내려온 호주제와 다르다는 걸 입증해낸 덕에 결정적으로 상황을 뒤엎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앞서 2004년 '성매매 방지법' 제정에도 힘썼다. 성매매 방지법은 성매매 피해자의 보호와 자립 지원을 위한 법으로 성매매를 방지하기 위한 법이다. 과거 '윤락행위방지법'으로 성매매는 이미 불법이었지만 '성매매 방지 및 피해자보호법' 제정으로 성매매 목적의 인신매매를 실질적으로 규제하고 성매매 피해자 개념을 도입해 성매매를 강요당한 자가 형사 처벌을 받지 않도록 했다. 또 성매매 여성의 채권 무효 조항도 강화됐다. 정 장관은 "법이 제정되면서 성매매 피해자를 위한 긴급구조, 법률 및 의료 지원, 직업 훈련, 자립에 이르는 전 과정이 국가 지원으로 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정 장관이 시민활동에 적극 참여하게 된 것은 은사 고(故) 노명식 교수의 은혜에 보답하기 위함이다. 반(反)독재 투쟁이 한창이던 1970년대 독일로 유학을 갔던 정 장관은 당시 노 교수가 '에큐메니컬 장학금'을 연결해준 덕에 독일행을 결심했다. 에큐메니컬 장학금은 제3세계 국가에서 비판적 엘리트를 키워 독재와 부패에서 스스로 벗어나도록 돕자는 취지로 생긴 장학제도다. 정 장관은 "이 프로그램의 혜택을 받았기 때문에 귀국 후 시민활동에 적극 참여하는 것을 소명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