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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서의 책갈피]우울한 과거, 불안 떨치고 받들어~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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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스트레스·중압감·인간관계
30년 베테랑 獨심리학자의 처방전
자기 돌봄 등 통한 단계적 변화
마음 속 괴물 '행복한 인간' 탈출법
긍정·인정·격려 등이 '마법의 무기'
카멜레온 같은 융통성도 필요


[장인서의 책갈피]우울한 과거, 불안 떨치고 받들어~ 나! '나에게 정중할 것' 표지사진. <호르스트 코넨 지음/한희진 옮김/와이즈베리/1만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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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장인서 기자]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 당신의 쉴 곳 없네/ 내 속엔 헛된 바램(바람)들로 당신의 편할 곳 없네/ 내 속엔 내가 어쩔 수 없는 어둠 당신의 쉴 자리를 뺏고/ (중략) / 바람만 불면 외롭고 또 괴로워 슬픈 노래를 부르던 날이 많았는데/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서 당신의 쉴 곳 없네'


한국 포크록밴드 시인과 촌장이 1988년 발표한 노래 '가시나무'에는 화자(話者)의 혼란스러운 내면 풍경이 서정적인 고백으로 드러나 있다. 마음의 갈피를 잡기 어려운 듯 반복적으로 고뇌하는 그는 '쉼'이 없는 이유를 '자기(我)'에게서 찾고 있다. 내 속은 '내가 이길 수 없는 슬픔' 때문에 '무성한 가시나무 숲 같다'고 한다.

1980년대에 청춘을 보낸 이라면 누구나 한 번 쯤 자신에 빗대어 깊은 공감을 느꼈을 명곡이다. 하지만 독일의 심리학자 호르스트 코넨의 책을 읽고 난 뒤 조금은 다른 생각을 하고 싶어진다. 노래 속 자기반성의 자리에 '인정'과 '격려'를 놓아두면 어떨까하는 엉뚱한 상상을.


코넨의 신간 '나에게 정중할 것'은 2007년 국내 발간된 '나는 내가 소중하다(미래엔 북폴리오)'의 개정판이다. 30년간 인성코치이자 자문가로 활동한 저자는 '과거ㆍ상처ㆍ인간관계ㆍ스트레스' 등에서 비롯된 개인 내면의 문제를 두루 살펴보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심리학적 처방을 내놓았다.


그의 작업은 '다른 사람들과의 문제에는 신경을 곤두세우면서, 왜 나 자신에게는 소홀하게 되는 걸까?'라는 의문에서 출발했다. 25년간 다양한 직업군의 사람들을 상담하고 지도하면서 일상생활이나 심리적 측면에서 '자기 자신에게 정중하지 못한 사람들'이 겪는 문제를 분석했다. 코넨은 "이들은 겉으로는 별 문제가 없는 것 같아 보이지만, 부족한 자존감, 완벽주의와 강박관념, 지나친 의무감이나 인정욕구 등 불안정한 내면을 안고 살아가며, 그로 인해 다양한 문제에 시달린다"고 했다.


내면을 좀먹는 요인들은 우리가 쉽게 인지하는 증상부터 좀처럼 이유를 알기 어려운 형태까지 다양하다. 과거의 부정적인 경험, 내외부적 중압감, 풀리지 않는 스트레스와 화, 강박적이고 부정적인 생각과 충동, 어렵기만 한 인간관계 등이 그 예다. 이는 번아웃 증후군(burnout syndrome, 스트레스ㆍ과로로 인한 탈진 증상)의 원인들이기도 하다.


코넨은 이런 파괴적인 요소들로부터 자기 자신을 현명하게 지키고 단련해나가기 위한 일련의 단계를 '자기 돌봄(Take Care)'이라고 명명한다. 이어 자가진단, 자기 돌봄의 기본원칙, 훈련과 연습이라는 단계별 학습을 통해 개인이 능동적으로 인생의 변화를 이끌 수 있도록 돕는다.


저자는 심리문제를 야기하는 원인 중에서 과거의 부정적인 경험, 즉 어린 시절부터 각인된 '(부정적인) 메시지'가 끼치는 영향력이 매우 크다고 강조한다. 트라우마로 남을 만큼 고통스러운 경험이 아니더라도 부모나 형제, 교사, 또래 친구들에게 유독 많이 들었던 말의 메시지나 뉘앙스는 고스란히 내면의 목소리로 자리 잡아 우리의 사고와 행동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외모나 청결함에 대한 완벽주의적 강박은 부모의 부정적 메시지에 과도하게 순응하고 인정받으려는 심리에서 고착된 것일 수 있다.


또한 자존감이 약하거나 심리적인 이상이 없더라도, 현대인은 내ㆍ외부적 기대와 중압감 때문에 스스로 고갈된다. 자녀에게 헌신적인 부모, 탄탄하게 경력을 쌓아가는 직장인, 취미생활이나 운동, 학습 등 자기관리를 꾸준히 하는 개인 등. 우리사회에서는 각자 맡은 역할과 기대치를 훌륭하게 충족시키는 사람이 '행복한 인간'의 표본으로 자리 잡았다. 여기에 완벽주의에서 비롯된 기대와 남들의 인정을 지나치게 갈구하는 이상심리가 더해지면 상황은 심각해진다.


"당신에게 때때로 회사, 가족, 친구나 지인들의 요구와 기대를 다 충족시키지 못할 거라는 두려움이 찾아온다. 새로운 일이나 과제를 떠맡게 되기도 한다. 꼭 맡아야 할 일이 아닌데도 당신이 그것을 해야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중략) 물론 가끔은 속으로 이렇게 말할 것이다. '이제 그만둬야겠어. 더 이상 사람들의 기대에 맞추려고 무리하거나 내가 소처럼 일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살진 않겠어. 오늘부터는 긴장을 풀고, 나 자신에게 강요하지 말아야지.' 하지만 불과 하루 만에 다시 무언가에 의해 중압감을 느끼게 되고, 이런 식으로 수많은 각오가 작심삼일에 그쳐버린다."(59쪽)


이 모든 마음 속 괴물로부터 온전히 탈출하는 방법이 있을까. 책에서는 다양한 자기 계발서에서 언급되는 '긍정의 힘'이 또 한 번 마법의 무기로 활용된다. 코넨은 나를 이끌어주는 삶의 목표를 찾고 긍정적인 경험을 수집함으로써 과거와 결별해야한다고 조언한 뒤 '미결과제 찾기' 등 이를 실천하는 방법들을 일러준다.


중압감을 덜어내기 위해서는 자기에 대한 요구 수준을 낮추고 좀 더 가볍게 소유하는 습관, 즉 덜어내는 기술도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그는 "당신이 주식을 소유하든 집을 소유하든 그 무엇을 소유하든 간에, 당신은 그것을 돌보는 수고를 치러야하며, 시간이 흐를수록 그 일은 재미보다는 부담을 안겨줄 것"이라고 했다. 나아가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들과 생각들로부터 벗어나 영혼과 육체가 느긋하게 쉴 수 있는 자기만의 '섬'을 만들어보라고 했다.


이론은 충분히 알았다. 하지만 변화를 맞이하는 마음가짐 없이는 말짱 도루묵이다. 일상에서 느끼는 의기소침과 권태, 과민성, 퇴보는 인생에 변화가 필요한 순간임을 알려주는 '신호'지만 주저 없이 발을 떼기가 쉽지 않다. 습관에서 비롯된 관성과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가로막아선다.


이런 이들을 위해 코넨은 마흔 가지로 몸의 색을 바꾸는 카멜레온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희망을 접지 말라고 당부한다. "카멜레온은 오래전부터 작은 자극에도 금세 변하는 줏대 없는 동물로 통하지만, 그 말은 맞지 않다. 카멜레온은 계속 변신하면서도 그 중심을 유지한다. 다양한 재능을 품고 있는 것뿐이다. 환경에 따라 여러 색깔을 띠는 이 동물처럼 우리도 융통성 있게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변신력을 가지고 있다면 무척 유용할 것이다."(210쪽)




장인서 기자 en130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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