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대통령 휴가 중 '코리아 패싱' 논란
靑 "美와의 통화 시기·의제 조율 돼야"
野 "엉뚱하고 잠꼬대 같은 소리"
[아시아경제 이설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휴가를 놓고 청와대와 야당이 정쟁을 벌이는 양상이다. 야당 의원들은 지난달 29일 북한의 미사일 도발 이후 고조되는 안보위기 상황을 '코리아 패싱' 현상과 연결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청와대는 이를 의식한 듯 당초 비공개라고 했던 대통령의 휴가 일정을 공개하면서까지 외교·안보 공백 논란에 맞서고 있다.
야당의원들은 2일 한국을 빼고 한반도 문제를 논의하는 '코리아 패싱' 현상에 빗대 안보 공백을 집중 공격했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 직후 미·일 정상이 통화했음에도 문 대통령은 후속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박주선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문 대통령의 휴가에 안보마저 휴가를 떠났고 '코리아패싱'이 일어났다"며 "정부의 무개념 안보의식과 국정운영이 한심스럽기 짝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는 "아베 일본 총리는 무려 50분 넘게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이 문제를 논의했는데도 우리는 한·미동맹을 유지하고 있으면서도 이 중대한 국면에서 미국과 현안에 대한 논의조차 하지 않고 있다"며 "대통령이 빨리 휴가를 중단하고 복귀해서 위기상황 관리를 국민들이 믿을 수 있게 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휴가 일정을 모두 비공개라고 했던 청와대는 2일 랴미자르드 랴쿠두 인도네시아 국방장관 접견 일정을 공개했다. 그러면서 "인도네시아는 무기 수출에서 굉장히 중요한 파트너"라고 설명했다. 야권이 문 대통령 휴가 시점에 대해 지적하고 비판 수위 높이자 '안보는 챙기고 있다'는 메시지 전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날 야당이 집중 공격한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 여부에 대해서도 "통화는 양국 간에 적절한 시기, 의제 이런 부분이 협의되고 할 이야기가 있을 때 하는 것"이라며 "대통령이 의제도 없는데 무조건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고 반박했다. 이어 "(미 대통령과) 전화를 안 했다고 해서 '코리아 패싱'이라고 하는 건 합당치 않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에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3일 "의제가 없어서 통화할 일이 없다는 게 무슨 엉뚱하고 잠꼬대 같은 소리인지 모르겠다"며 "문 대통령이 현실감각을 회복하고 적극적인 자세로 돌아오길 촉구한다"며 다시 반박했다.
이설 기자 sseo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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