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잠든 예림이를 오후에 깨운다
물고 있던 사탕이 사라져 버린 입속
자두 향 가득한
예림이의 하품엔 색깔이 없다
어딜 보니 너
예림이는 자주 창밖에 있다
쟤는 잘 때 눈도 안 감고
숨을 안 쉬어요
엘리제, 어디에도 없는 엘리제를 위하여
예림이의 잠을 멀리 데려가는 종소리
자두나무가 누워 버린 잠 속으로
쓰레기를 던지며
틴트를 바르는 웃음들
고데기로 앞머리를 구부리며
식판에 남은 국물을 교복에 붓는 반팔의 그림자들
등 뒤에 붙인 포스트잇의 낙서
저를 깨우지 마세요
이 교실에 예림이가 보지 않은 바닥은 없다
눈을 감고 구겨져 뒹구는 털들을 본다
어딜 보니 너
■너는 선우, 선우는 은선이, 은선이는 지우, 지우는 서희, 서희는 경아, 경아는 혜주, 혜주는 주희랑 십 년째 옆집에 살고, 주희는 수진이, 수진이는 혜미, 혜미는 지연이, 지연이는 인희, 인희는 선아, 선아는 희진이, 희진아 그거 아니 은지가 아까아까 니 틴트 몰래 발랐어, 까르륵 웃는 희재, 희재는 유진이, 유진이는 윤아, 윤아는 소현이, 소현이는 혜림이, 혜림이는 나래, 나래는 맨날맨날 우리 반 일등, 나래랑 같은 학원 다니는 다윤이, 다윤이는 보미, 보미는 나연이, 나연이는 윤슬이, 윤슬아 얼른 오래 자두나무 아래로, 우리 반 사진 찍는대. 자두나무 아래 2학년 3반, 우리는 같은 반, 우리는 친구, 우리는 진짜진짜 친구. 그런데 쟨 누구니? 저기 창문에 걸터앉아 있는 애 말야. 채상우 시인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오후 한 詩]내 꿈에 나는 결석하였고/이범근](https://cphoto.asiae.co.kr/listimglink/1/2017080110245247036_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