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철 충북도의회 의원 유명 관광지 마르세유까지 갔던 사실 저장…2017년 빅브라더 위력 실감
'국민은 레밍'이라는 막말을 했던 김학철 충북도의원이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해명 글의 위치정보가 구설에 오르고 있다. A4용지 7장에 이르는 장문의 해명 글을 썼지만 스마트폰의 GPS(위성위치확인시스템) 기능이 기록하고 있던 그의 행적 때문에 진정성을 의심받게 된 것이다. 국민을 '쥐'라고 여겼던 의원도 디지털 '빅브라더'의 감시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26일 김 의원의 페이스북에는 여전히 24일 올린 해명 글이 게재돼 있다. 충북에 사상 최악의 수해가 발생했는데도 외유성 유럽 연수에 나섰던 그는 22일 한국에 들어와 이 글을 올렸다. 그런데 이 게시물에 표시된 위치정보는는 '프로방스 알프 코트 다쥐르(provence-Alpes-Cote d'Azur) 마르세유'로 돼 있다. 스마트폰의 GPS 기능이 직전에 머물던 위치정보를 기록하고 있었고 이 정보가 페이스북에 저장된 것으로 보인다.
이 위치정보 때문에 김 의원의 해명에도 비난 여론은 잦아들지 않고 있다. 비행기 표가 없다는 이유로 앞서 조기 귀국한 다른 의원들보다 늦게 한국에 들어왔다고 한 바 있었는데 버젓이 파리에서 700㎞ 넘게 떨어진 남프랑스 관광지까지 갔다는 것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김 의원의 행동은 공분을 사기 충분하지만, 한편으로는 개인의 위치를 낱낱이 기록하고 있는 '빅브라더' 같은 존재가 있다는 점도 다시 확인시켜줬다는 점에서 씁쓸함을 남겼다는 평가다.
'레밍' 의원의 위치정보를 통해 다시금 확인한 오늘날의 빅브라더는 구글과 페이스북이다. 스마트폰에서 구글 지도 등의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하기 위해 GPS 기능을 켜면 구글은 사용자의 이동을 기록한다. 스마트폰이 접속하는 와이파이와 통신사 기지국 등을 고려해 정확한 위치까지 찾아낸다. 정작 본인은 잊어버리는 세세한 행적이 구글의 데이터베이스에는 고스란히 남는 것이다. 또 스마트폰이 기록하는 위치정보를 토대로 페이스북은 지금 이곳에 있는 것 같은데 '체크인'을 하고 게시물을 작성하겠느냐고 천연덕스럽게 묻는다.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는 일찍이 "더 이상 사생활은 사적이지 않다"고 했다.
이 같은 디지털 '빅브라더'의 등장에 대해 정보를 독점해 사회를 통제하는 절대 권력이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뉴욕타임즈도 "2084년 구글은 빅브라더가 될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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