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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칼럼]공원 일몰제 앞둔 인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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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혜숙 기자] 12년 전 미국 출장길에 잠시 들렀던 뉴욕 센트럴 파크. 평생에 쉽게 못 올 곳이라 싶어 빡빡한 일정에도 욕심을 내 갔던 기억이 난다.


남북 4㎞ 길이에 100만평에 달하는 공원을 겨우 1시간 남짓 둘러보면서 든 생각은 공원 안에 하나의 도시가 만들어져있다는 느낌이었다. 규모가 방대하다 보니 산책로는 물론 조깅트랙이며 자전거 길이 만들어져있고 인공호수, 동물원, 아이스링크에 야생동물보호구역도 있다.

우선은 이런 땅덩어리를 가진 나라가 부러웠고, 두번째는 나와 같은 관광객과는 확연히 구별되는 이 곳 사람들의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잔디밭에서 소프트볼을 하거나 누워서 휴식을 취하는가 하면, 공원벤치에 앉아 책을 읽고 음악을 듣는, 영화 속 뉴요커의 그 모습 그대로였다.


그들도 센트럴파크 밖으로 나가면 힘겨운 일상이 있겠지만 적어도 센트럴파크 안에서의 그들은 거대한 숲이 가져다주는 휴식과 여유로움을 즐기는 듯 했다. 센트럴파크를 설계한 조경가가 공원에 대한 개념을 '도심에서 자연으로 최단시간 탈출'이라고 정의했던 것도 이런 뉴요커들의 모습을 상상하지 않았을까싶다.

미국 뉴욕에 센트럴파크가 있다면 우리나라에도 이를 모델로 한 센트럴파크가 인천 송도국제도시에 조성돼있다. 공원 면적은 14만평 규모에 불과하지만 나 역시 주말이면 이곳을 즐겨찾기에, 숲이 더 울창해지면 좋겠다는 욕심을 내다가도 도심에 이런 공원이 있다는 것에 만족하곤 한다.


그도 그럴것이, 인천은 송도·영종·청라 등 경제자유구역 개발과 대규모 도시개발사업으로 매년 인구가 늘고 있지만 공원·녹지비율은 여기에 못 미치고 있다. 2015년 기준 시민 1인당 공원 면적은 6.84㎡로 선진국 주요도시 1인당 공원 평균 면적인 14㎡의 절반도 안된다.


인천시는 현재 17㎢에 불과한 공원·녹지 조성 면적을 2030년까지 43㎢로 확대할 계획이나 헛구호에 그칠 공산이 크다. 바로 2020년 7월 1일이 기한인 '공원 일몰제' 때문이다. 이 기간 동안 공원으로 지정된 구역을 집행하지 못하면 공원시설에서 자동 해제된다.


인천의 경우 전체 결정면적(2520만㎡) 중 약 19%에 해당하는 면적만이 집행됐을 뿐 나머지 2100㎡ 면적이 미집행 상태다. 공원 일몰제를 3년여 앞두고 인천시가 적극 대응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시는 뒤늦게 공원 조성을 위한 토지보상비로 향후 2년간 739억원의 예산을 세우겠다고 밝혔지만 나머지 재원 마련 방안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사실상 유정복 시장 임기내 미집행 공원들이 정상적으로 추진될 가능성은 적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시민사회에선 미집행 공원 해제에 따른 난개발 우려와 녹지공간 확충을 위해선 가용예산 외에 지방채 발행을 해서라도 도시공원 조성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그만큼 공원·녹지 확보는 시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데 있어 가장 필수적인 이유에서다.






박혜숙 기자 hsp066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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