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케이·FNN '총리 적합 인물' 조사서 이시바 전 간사장이 1위 올라
현직 아베 총리는 2위로 밀려…7개월새 대역전 당하는 굴욕
[아시아경제 이혜영 기자] 사학스캔들 의혹에 따른 지지율 폭락과 선거 참패 그리고 국회 출석까지. 연거푸 쓴 잔을 들이키고 있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적합도 조사에서 라이벌에게 밀리며 또 한번 굴욕을 맛봤다.
아베 총리는 산케이신문과 FNN이 지난 22~23일 공동 실시해 25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총리에 적합한 인물' 2위에 올랐다. 현직 총리를 누르고 1위 자리를 차지한 인물은 자민당 소속의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자민당 간사장이다.
이 조사에서 이시바 전 간사장은 20.4%를 얻어 19.7%를 확보한 아베 총리를 앞질렀다. 아베 총리가 현직을 수행하고 있음에도 적합도 조사에서 1위 자리를 내준 것은 그만큼 일본 국민들의 싸늘한 여론을 반영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12월 실시한 동일 조사에서는 아베 총리가 34.5%를 얻어 10.9%에 그친 이시바 전 간사장을 3배 넘는 차이로 따돌렸었다. 하지만 올 들어 아베 총리와 측근들이 연루된 사학스캔들이 연이어 터진데다 각료들의 실언이 이어지며 지지율이 급락했고 결국 7개월만에 총리 적합도마저 역전 당하는 수모를 겪게 됐다.
특히 이번 조사는 '포스트 아베'로 분류되는 이시바 전 간사장이 아베 총리를 위협하며 입지를 굳히고 있다는 뜻일 수 있어서 의미가 더욱 크다. 이시바 전 간사장은 2012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아베 총리와 맞붙은 경험이 있다. 당시 1차 선거에서는 이시바 전 간사장이 이겼지만 2차 투표에서 역전 당하며 아베 총리에게 1위를 내줬다. 이시바 전 간사장은 내년 치러질 자민당 총재 선거에 출마 의사를 밝히며 아베 총리와의 재대결을 예고한 상태다.
이시바 전 간사장은 그동안 아베 총리의 정책과 선거 참패 책임에 대해 여러차례 직격탄을 날려왔다. 그는 최근 마이니치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아베 내각의 잇단 간판정책 변경을 놓고 "대하드라마냐"며 쓴소리를 던졌다. 도쿄도의회 선거 참패 후에도 "당 본부가 선거 패배에 책임이 있다"는 등의 비판적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이번 총리 적합도 조사에서는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총리의 아들인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郞) 자민당 농림부회장이 9.0%로 3위에 올랐다. 도쿄도의회 선거 등 일본 정계에 돌풍을 일으킨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도지사가 8.9%로 그 뒤를 이었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외무상은 5.3%에 그쳤다.
산케이신문이 조사한 아베 내각에 대한 지지율은 34.7%로 집계돼 지난달보다 12.9% 급락했다. 아베 내각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자는 56.1%로 절반을 넘었다. 특히 응답자의 63.8%가 '아베 총리를 신뢰할 수 없다'고 답했다. 전날 발표된 마이니치신문(26%)과 니혼게이자이신문(39%)의 아베 내각 지지율도 모두 10%포인트씩 하락했다.
한편 전날 중의원 예산위원회에 출석한 아베 총리는 이날 참의원 예산위원회에 참석해 이틀 연속 가케(加計)학원 수의학과 신설 의혹에 대해 해명했다. 아베 총리는 측근이 이사장으로 있는 가케 학원에 특혜를 준 사실이 없다며 연루 의혹을 부인하고 있는 상태다. 민진당 등 야당은 이 사안에 대한 참고인 간 진술이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는 상황을 집중적으로 파고들며 아베 총리를 궁지로 내몰 것으로 예상된다.
이혜영 기자 itsm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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