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의 인간화 vs 인간의 기계화’ 탐구
백남준아트센터 기획전 11월 5일까지
[아시아경제 김세영 기자] 기술 발전은 인간에게 새로운 세상을 열어줄 것이라는 믿음을 준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인간은 기술로 인해 일자리를 잃고 스스로 정체성마저 잃어버릴 것이라는 공포감도 느낀다. 인간에게 정말 미래란 있는 것일까?
박경근 작가의 비디오설치작품 ‘1.6초’(2016)는 자동차 공장의 조립 라인에서 로봇의 생산시간을 1.6초로 단축하는데서 벌어진 노사 간 갈등에서 비롯됐다. 불과 1.6초 밖에 되지 않지만, 로봇의 속도를 인간이 따라잡는 데에는 많은 노력과 고통이 따른다. 1.6초라는 시간은 인간과 기계의 차이이자 분열 또는 간격이다.
박경근 작가는 작품을 위해 지난해 현대자동차 아산공장을 방문했다. 공장에서 그가 느낀 점은 로봇의 움직임이 일하는 사람들보다 훨씬 더 생동감이 넘쳤다는 사실이다. 그는 로봇의 시선으로 공장을 바라보려고 시도했다. 주객전도(主客顚倒). 효율성 높은 기계는 공장에서 주(主)가 되고, 인간은 부속품으로 전락한다.
반면 같은 ‘로봇’ 섹션에서 중국 작가 양쩐쭝은 비슷한 상황이지만 초점이 다르다. 기계보다는 노동자들이 많이 등장한다. 역동적인 인간의 움직임을 위주로 작품을 완성했다. ‘위장’(2015)은 공장노동자 50명의 얼굴을 3D프린트해 가면으로 만들었다. 이들의 움직임은 드라마틱하게 구성되며 마치 ‘해방의 춤’처럼 묘사된다.
박경근 작가는 “중국작가와 확실히 초점이 다르다. 중국 공장의 현재를 잘 나타낸 듯하다. 중국은 노동력이 아직 많이 필요하지만, 우리나라 공장은 이미 로봇으로 전자동화된 상황이다. (내 작품에는)사람의 존재감이 두드러지지 않는다. 로봇과 사람간의 거리감이 있다”고 했다.
전시는 놀라운 속도로 변화하고 있는 기술 환경에 대한 동시대 예술가들의 사유를 그대로 담아냈다. 서진석 백남준아트센터 관장은 “기술과 인간의 새로운 관계에 관한 이야기가 21세기에 중요한 화두다. 인간의 존재적 정체성마저도 대체할 수 있다는 두려움도 있다. 하지만 이보다는 기술과 인간의 새로운 관계 속에서 기계와 인간을 각각 하나의 주체로, 융합된 존재로 바라보려 했다”고 전했다.
지난 20일 백남준아트센터에서 문을 연 기획전 ‘우리의 밝은 미래 사이버네틱 환상’은 오는 11월 5일까지 계속된다. 총 15명(팀) 참여 작가들의 20여 점을 통해 기술 환경에 따른 인간 존재 의미를 숙고해볼 수 있다.
김세영 기자 ksy123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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