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에 사상 최악의 수해가 발생했는데도 외유성 유럽 연수에 나선 도의원이 비판 여론이 일자 "국민은 레밍"이라는 막말을 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공분을 사고 있는 가운데, 그가 국민들을 비하하는 데 동원한 '레밍' 등 쥐의 종류도 입길에 오르고 있다.
21일 자유한국당에서 제명이 의결된 김학철 충북도의원은 19일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세월호도 그렇고, 국민들이 이상한, 제가 봤을 때는 레밍 같다는 생각이 든다. 집단행동 하는 설치류"라는 발언을 했다. 레밍은 '집단 자살을 하는 나그네쥐'로 알려져 있다. 우두머리 쥐를 따라 맹목적으로 달리는 습성이 있다.
그렇다 보니 레밍은 보통 부정적으로 인식돼 왔다. 독일의 동화 '피리 부는 사나이'이에 등장하는 쥐도 레밍이라고 한다. 피리로 도시에 들끓는 쥐를 유인해 강에 빠뜨려 죽이는 것은 레밍이 우두머리 쥐를 따라 이동을 하다 집단 자살을 하는 경우를 보고 만든 이야기일 것이다.
레밍의 이런 부정적인 이미지는 영화에서 차용되기도 했는데 2005년 칸영화제 개막작이었던 '레밍(Lemming)'이 대표적이다. 이 영화에서 주인공 부부는 배수관에 죽어있는 레밍을 본 뒤 위태로운 상황을 겪게 된다.
우리 국민이 '레밍'이라는 막말을 들은 것은 사실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980년 당시 주한미군사령관이었던 존 위컴도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인들은 레밍과 같아서 누가 지도자가 돼도 따를 것이다. 민주주의가 적합하지 않다"고 말한 바 있다. 이 발언은 전두환의 신군부가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무력으로 진압한 뒤 나온 것이어서 더욱 문제가 됐다.
하지만 레밍은 한반도에서 보기는 어렵다. 주로 스칸디나비아 반도의 북부와 중부에서 산다. 레밍과 다른, 우리나라의 쥐들을 보면 우선 전 세계에 분포돼 있는 생쥐가 있다. 만화 '톰과 제리'에서 제리가 생쥐다. 하수구에서 볼 수 있는 쥐는 '시궁쥐'다. 집쥐라고도 부른다. 한국, 일본, 중국 등에서 주로 서식하는 쥐 중에서는 '땃쥐'도 있다. 털은 길이가 약 5㎜이고 몸 빛깔은 회갈색이며 은빛 나는 털도 섞여 있다.
도시에 서식하는 쥐 중에서는 건물 옥상이나 전선 등에서 '곰쥐'를 만날 수 있다. 긴 꼬리로 높은 곳에서도 균형을 잘 잡는 특기가 있다. 습지에는 '갈밭쥐'가 산다. 다른 쥐들과 달리 풀을 먹고 산다. 꼬리가 짧은 것이 특징이다. 풀에서는 '멧밭쥐'가 있는데 우리나라에서 가장 작은 쥐다. 10g도 안된다고 한다. 작지만 풀을 엮어 집을 잘 짓기로 유명하다. 숲에 사는 '흰넓적다리 붉은쥐'는 잠시도 가만있지 못하는 성격이다. 다리가 짧은데 먹이를 사냥하는데 유리하다고 한다. 고산지대에는 '대륙밭쥐'가 산다. 풀뿌리 등을 주로 먹는데 귀가 작고 동그랗다.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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