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오후 한 詩] 들꽃/문효치

시계아이콘읽는 시간20초

 


 누가 보거나 말거나
 피네

 누가 보거나 말거나
 지네


 한마디 말도 없이
 피네 지네

[오후 한 詩] 들꽃/문효치
AD

■ 한여름이다. 한여름에 어디 공터나, 공터처럼 한적한 국도변이나 강둑 혹은 산길을 걷다 보면 온갖 꽃들로 무성하다. 쑥부쟁이는 흰 꽃들을 고이 받쳐 들고선 내내 한들거리고, 강아지풀은 뭐가 그리 좋은지 그 곁에서 종일 꼬리를 살랑살랑거린다. 패랭이꽃은 또 얼마나 이쁜가. 비비추, 박주가리, 나팔꽃, 봉숭아, 접시꽃, 꼭두서니, 익모초, 잔대, 쇠비름, 닭의장풀, 메꽃, 딱지꽃. 그리고 소나기 내린 뒤의 원추리는 자꾸 환해지고, 샐비어는 저녁마다 노을을 끌어당겨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온통 붉게 물들이고. 고맙다. 그저 고맙다. "누가 보거나 말거나" 피고 지는 들꽃들이여. "한마디 말도 없이" 이 땅을, 지구를, 온 우주를 밝히고 있는 저마다의 전심전력들이여. 채상우 시인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