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에 술 마시는 직장인 줄자 폐업 식당 늘어 '위기감'
"성수기, 휴가철이 뭔가요"…대목 분위기 예년만 못해
"내년부터 최저임금 오르면 알바 못써…가족운영 해야"
[아시아경제 조호윤 기자]20일 서울 종로구에서 소규모의 호프집을 운영하는 권재현 씨는 최근 하나 둘씩 간판을 내리는 이웃 가게들을 볼 때마다 남일 같지 않다는 생각을 한다. 권 씨는 "오리집, 백숙집 등 최근 인근 식당들이 연이어 문을 닫고 있다"며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결국 간판을 내린 것"이라고 말했다.
권씨의 식당이 위치한 곳은 사당동 인근의 좁은 골목이다. 과거에는 직장인들이 퇴근길에 한 번씩 들러 제법 벌이가 됐지만, 장기불황이 계속되고 있는 요즘에는 단골손님마저도 발길을 끊은 상황이다. 권씨는 "밥집, 술집이 한 데 어우러져 취객들로 북적 북적하던 골목이 최근에는 을씨년스러워졌다"며 "장사하는 사람 입장에서 문 닫는 식당들을 보면 얼마나 손해를 봤을까 걱정이 되다가도, 지금 내가 남 걱정할 때냐 싶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휴가철 분위기도 사라진지 오래다. 충청북도 청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A씨는 "경기도 좋지 않은 상황에서 물난리로 대목장사까지 망쳤으니 일 년을 어떻게 버텨야할 지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자영업자들이 줄 폐업하고 있다. 장기불황으로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내년부터는 최저임금마저 인상돼 허리띠를 더 졸라매야 하는 실정이다.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폐업한 사업자는 90만9202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비 15.1% 증가한 수준이다. 반면 같은 기간 창업한 사업자는 122만6443명으로 전년보다 3% 늘어났다. 하루 평균 3360곳의 사업장이 새로 문을 열고, 2490곳의 사업장이 문을 닫은 셈이다. 폐업자를 들여다보면 개인사업자의 폐업이 많았다. 개인사업자 폐업자 수는 지난해 83만9602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비 13.5% 늘어난 수준이다.
특히 누구나 손쉽게 뛰어들 수 있는 '외식업'의 폐업 사례가 가장 많았다. 한국공정거래조정원이 최근 공개한 가맹본부 정보공개서 등록 현황을 보면 2015년 기준 해지 및 종료(폐점) 가맹점 수는 2만4181개다. 폐점률(당해연도 폐점ㆍ해지 가맹점수/등록 가맹점수+폐점ㆍ해지 가맹점수)은 9.9%. 업종별로는 외식업 분야에서 폐점 및 해지 가맹점 수가 1만3329곳으로, 전체에서 11.1%의 비중을 차지했다.
내년부터 최저임금마저 오르면 인건비 부담은 더 커진다. 종로구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성심자 씨는 "횟집의 경우 손님들이 한 번 오면 평균 3~4시간은 앉아있어서 회전이 빨리 안된다"고 한숨을 내쉬며 "내년부터 최저임금이 오르면 가족끼리 식당을 운영해야 하나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조호윤 기자 hodo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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