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靑 영수회담 불참 '마이웨이'…협치모드에 찬물
[아시아경제 오상도 기자, 김보경 기자] 자유한국당 내에서 '개혁적 중도우파' 정당으로 거듭나 외연확장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실제 혁신 작업을 추진할 류석춘 혁신위원장은 중도층 포용보다는 '우클릭' 행보를 보여 노선갈등이 예고된다.
한국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이 18일 오전 국회에서 개최한 '보수가치 재정립 토론회'에서는 박형준 전 국회사무총장과 나성린 전 의원이 나란히 발제자로 참석했다. 박 전 사무총장은 "박정희 시대의 프레임인 반공ㆍ국가주의ㆍ성장제일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박근혜 전 대통령은 자유주의, 민주주의, 공화주의라는 보수의 이념적 축에서 모두 역주행하는 모습을 보여줬다"며 "권위주의, 국가주의적 보수로 회귀했다"고 비판했다.
'보수 정책통'으로 평가받는 나 전 의원은 "시대적 요구를 달성하기 위해 보수정당이 해야 할 일은 국민이 믿고 사랑할 수 있는 개혁적 중도우파 정당의 재건"이라고 강조했다. 토론자로 나선 양승함 연세대 명예교수 역시 "보수주의가 극단화와 경직화되는 경향을 막고 아울러 신자유주의적 폐단을 극복할 수 있는 한국적 보수주의 패러다임을 건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작 혁신의 선봉장인 류 위원장은 박 전 대통령의 탄핵을 '정치적 보복'이라 할 정도로 친박(친박근혜) 성향이 강하고, 유신체제를 옹호하는 발언까지 했다. 여기에 류 위원장이 과거 '철학 없는 국회의원'으로 지목해 작성했던 '살생부' 논란까지 터지면서 개혁적 중도보수와는 동떨어진 방향으로 가고 있다. 당 구성원들이 바라는 혁신 방향과 엇나가면서 보수혁신의 현실과 이상 사이의 괴리가 드러나는 실정이다.
여기에 홍준표 대표의 노골적인 '마이웨이'가 당을 더욱 구석으로 몰고 있다. 홍 대표는 19일 예정된 여야 5당 대표의 영수회담 불참 의지를 굳히면서 이를 '반쪽 회동'으로 만들어버렸다. 홍 대표는 "(제1야당인) 한국당이 들러리를 서지 않겠다"며 정치권의 해빙 무드에 찬물을 끼얹은 것이다. 전날 국회에서 열린 제헌절 경축식 사전 환담회에도 불참하고, 대표 취임 직후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만 예방해 취임 인사를 하는 등 도드라진 행보를 했다.
여야 정치권에선 홍 대표에게 이미 '황새'라는 별명을 붙였다. 지난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뱁새가 아무리 재잘거려도 황새는 제 갈 길을 간다"고 글을 올린 탓이다. 그는 "저들이 (청와대)본부중대, 1, 2, 3중대를 데리고 국민을 상대로 아무리 정치쇼를 벌여도 우리는 우리 갈 길을 간다"고 말했다.
이는 한국당의 선명성을 고착하고 정국 운영의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다당제 구도에서 100석이 넘는 민주당과 한국당의 일대일 구도를 부각시키기 위해서다. 문재인 정부의 유일한 견제자는 한국당이라는 등식을 확립하면서 동시에 보수층의 지지를 확보하겠다는 속내가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오상도 기자 sdoh@asiae.co.kr
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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