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인적쇄신의 기초를 다질 류석춘 혁신위원장은 품속에 '살생부'를 가지고 있을까? 류 위원장이 지난 해 발표했던 한 논문에서 이 살생부의 힌트를 얻을 수 있다.
그는 지난해 5월 보수단체 바른사회시민회의가 주최한 정책토론회에서 '철학없는 국회의원 : 법안 발의 실태를 통해 본 국회의원의 이념 실상'이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이 논문은 4.13 총선에서 참패한 집권여당의 패배 원인을 분석했다. 19대 국회 의정 활동 중 야당 의원이 발의한 법안을 지지하거나 야권 인사들과 모종의 네트워크가 있는 새누리 의원에게는 각 1점씩 점수를 매겼다. 누적 점수가 높은 의원은 국정 철학이 없는 무소신 인물로 간주됐다. 류 교수는 이런 방식으로 20대 총선을 망친 59명을 선정했다.
이중 김기현, 서병수 등 시장 선거에 출마하거나 청와대 경제수석으로 발탁된 안종범 등 7명을 제외한 52명이 '철학없는 의원' 최종 리스트에 올랐다. 이 리스트에 속한 자유한국당 의원이 곧 류석춘의 살생부에 실리지 않겠냐는 예상이다.
리스트 중 현 자유 한국당 소속인 의원은 경대수·김성태·김태흠·나경원·박덕흠·박맹우·서청원·신상진·안상수·염동열·이군현·이명수·이완영·이우현·이종배·정우택·한선교·홍문표 의원이다. 한국당 일각에서 통합 논의가 진행중인 바른정당에서는 김세연·박인숙·오신환·유승민·이학재·홍철호·황영철 의원 등이 '철학없는 의원'에 포함됐다.
흥미로운 점은 리스트에 서청원·김태흠·박맹우·이우현 의원 등 친박계 인사 4명이 포함됐지만 최경환·윤상현·홍문종 의원 등 핵심 친박은 없다는 점이다. 만약 철학없는 의원 리스트를 살생부 작성에 참조한다면 홍준표 대표의 친박계 청산 의지와는 배치되는 모순이 발생한다. 물론 아귀가 맞는 분석도 가능하다. 홍준표 대표가 친박계를 염두에 둔듯한 '인적청산'을 외치지만 실제로는 친박 중에서도 함께 할 사람을 고를 수 있다는 것이다.
아시아경제 티잼 박충훈 기자 parkjov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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