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기하영 기자]현대자동차 노사의 올해 임금과 단체협약 교섭이 결렬됐다. 기아자동차 노조도 파업 수순을 밟고 있어서 실적 부진에 고전하고 있는 현대기아차의 어려움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 노조는 6일 울산공장 본관 아반떼룸에서 열린 20차 임단협 교섭에서 결렬을 선언했다. 노조는 앞서 지난달 28일 18차 교섭에서 회사 측에 일괄제시안을 낼 것을 요구했으나 회사는 이날 교섭에서 제시안을 내놓지 않았다. 노조는 이날 중앙노동위원회 조정신청을 하고, 다음 주부터 확대운영위원회와 대의원대회를 열어 투쟁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박유기 노조위원장(지부장)은 "상견례 이후 안건에 대해 3차례나 의견을 나눴는데도 회사 측은 제시안을 전혀 내지 않고 있다"며 "이런 식으로는 교섭의 진전을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노조는 올해 임단협 교섭에서 임금 15만4883원(호봉승급분 제외) 인상, 순이익 30%(우리사주포함) 성과급 지급 등을 요구했다. 또 사회공헌기금 확대와 사회공헌위원회 구성, 해고자 복직, 일부 조합원 손해배상·가압류·고소·고발 취하 등도 있다.
노조는 오는 11일 임시대의원대회를 열고 '쟁의발생'을 결의할 예정이다.
기아차 노조 역시 지난달 30일 임시대의원대회를 통해 파업 돌입을 위한 쟁의발생을 결의했다. 이에 따라 기아차 노조는 7월 안에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 조정을 신청하고, 찬반을 묻기 위한 조합원 총회를 개최한다. 만약 중노위가 '조정 중지' 결정을 내리고, 조합원 과반수의 찬성을 얻으면 노조는 파업권을 확보하게 된다.
앞서 기아차 노조는 사측이 제시한 통상임금안을 수용할 수 없다며 지난달 29일 교섭 결렬을 선언했다. 사측은 통상임금에 상여금을 포함하되 총액임금은 기존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기아차 노조는 총액임금을 더 높여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현대기아차의 입장에서는 설상가상이다. 상반기 실적 부진으로 올해 목표 달성에 빨간불이 들어온 상황에서 노조의 파업까지 겹칠 경우 실적 회복은 물 건너 갈 뿐 아니라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 현대차는 올 들어 6월까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2% 감소한 219만8342대를 판매했다. 기아차 역시 올 상반기 누적판매가 9.4% 감소한 132만224대를 기록했다. 현대기아차는 하반기 지속적으로 신차를 투입하며 실적 만회에 나설 계획이었지만 노조가 파업에 나설 경우 만회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현대차는 노조파업으로 생산차질 누계가 3조1000여억 원에 이르렀다. 파업손실이 3조원을 넘어선 것은 처음이며 노조 파업 역사상 최대 규모다. 지난 상반기 현대차의 영업이익이 3조1042억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반년 동안 번 돈을 파업으로 버린 셈이다. 협력업체 피해도 1조원을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임금협상은 27차 교섭까지 진행되며 5개월이나 이어졌다. 노조는 2차 잠정합의에 이르기까지 모두 24차례 파업, 12차례 주말 특근을 거부했다. 2004년 이후 12년 만에 전면파업도 벌였다. 이로 인해 현대차는 5년 연속 노사분규 사업장이라는 불명예를 안은 바 있다.
기하영 기자 hyki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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