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국토교통부와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올 하반기 완성차업체들이 소속된 한국자동차산업협회와 한국자동차부품협회 간에 '대체부품 활성화를 위한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할 예정이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는 현대ㆍ기아차와 한국GMㆍ르노삼성ㆍ쌍용차 등 국내 완성차 대기업들이 소속돼 있다.
양 협회 간 양해각서가 체결되면 우선적으로 출시 이후 상당 기간이 지난 자동차부품에 대해 협회 소속 중소 부품업체들이 디자인권의 제약을 받지 않고 대체부품을 만들 수 있게 된다. 완성차업체들이 디자인권을 남용하지 않기로 부품업체와 양해각서를 체결해 대체부품을 만들고 있는 독일과 비슷한 방식이다. 조무영 국토교통부 자동차정책과장은 "완성차업체와 부품업체 양측이 조금씩 양보를 하면서 후유증을 남기지 않는 방식으로 MOU가 진행될 것"이라며 "상당 부분 진척이 돼 하반기 중 체결될 수 있는 수준까지 왔다"고 말했다.
앞서 국토부는 2015년부터 비싼 순정부품을 대신할 수 있는 대체부품 인증제를 시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안전성이 입증된 대체부품 사용을 권장하려는 취지였지만 디자인권에 막혀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디자인권 존속기간을 현행 20년에서 세계무역기구(WTO) 협정상 최소 보호기간인 10년으로 줄이는 방안도 거론됐지만 법 개정이 필요한 데다 주무부처인 특허청과 산업통상자원부가 반대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디자인권을 일괄적으로 완화할 경우 중국ㆍ대만 등 해외 부품업체의 배를 불리는 일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감안됐다.
이번 양해각서 체결로 대체부품이 활성화되면서 자동차 수리비뿐만 아니라 자동차보험료도 크게 내려갈 전망이다. 자동차 수리비가 자동차보험료의 90% 가량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대체부품이 공급되기 시작한 다음부터 평균 부품가격이 30% 정도 내려간 것으로 파악됐다.
홍승준 창원문성대 교수는 "출시 이후 10년 이상 지난 차량에 대해 고가의 순정품으로 수리하는 것이 맞는지 생각해 볼 여지가 있다"며 "완성차업체가 출시 후 10년 이상 된 차량의 애프터서비스(AS) 부품을 공급하는 것은 낭비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인증 받은 대체부품을 중소업체들이 공급해주면 완성차업체는 신차를 만드는 데 집중할 수 있게 된다는 설명이다.
박민규 기자 yush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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