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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모킹건'에서 '계륵'으로…'안종범 수첩' 뭐가 담겼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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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 수첩 기재 내용 직접증거 인정하지 않아…특검 협의입증 부담, 이재용 재판 변수로 떠올라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스모킹건'에서 '계륵'으로…'안종범 수첩' 뭐가 담겼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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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종범 수첩에 기재된 내용과 같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재용 피고인이 말을 했다는 점은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

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건 공판에서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의 수첩을 직접증거로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른바 '안종범 수첩'의 증거능력은 이 부회장 사건 판단에 중요한 변수다. 특검은 안종범 수첩에 담긴 내용을 토대로 협의 입증에 주력했다. 특검과 검찰은 지난해 11월 17권, 올해 1월 39권 등 56권의 안종범 수첩을 확보해 수사에 활용했다. 검찰은 지난달 추가로 7권의 수첩 사본을 확보했다.

안 전 수석은 자신의 수첩을 측근 김모씨에게 전달해 보관했는데,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수사 과정에서 핵심적인 자료로 활용됐다.


특검 측은 "안종범 증인의 증언과 수첩은 부정한 청탁이 있었는지 (보여주는) 핵심증거"라면서 "수사과정에서 가장 중점을 둔 것은 진술이 아니라 철저히 물증을 따졌다. 그 핵심이 수첩"이라고 말했다.


안종범 수첩에는 박 전 대통령과 대기업 총수의 면담 관련 내용 등이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메모 형식으로 담겨 있어서 단어가 나열된 경우도 많다.


안종범 수첩이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졌는지,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있을지는 논란의 초점이었다. 특검은 자신의 논리를 입증할 '스모킹 건'으로 판단해 공판 과정에서 안종범 수첩을 적극적으로 인용했다.


'스모킹건'에서 '계륵'으로…'안종범 수첩' 뭐가 담겼길래


하지만 변호인 판단은 달랐다. 안종범 수첩의 증거능력에 의문이 있다는 얘기다. 이는 안종범 수첩에 담긴 내용의 작성 경위와 관련이 있다. 안 전 수석은 청와대 경제수석 시절 박 전 대통령과 직접 만나서 업무와 관련해 대화를 나눈 경험은 많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통령은 대부분 전화로 특정한 내용을 언급하거나 지시했다는 얘기다. 또 안 전 수석은 박 전 대통령과 대기업 총수의 면담에 배석한 경우는 거의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면담 과정에서 잠시 옆에 앉은 경우는 있지만, 대기실에서 기다리는 경우가 훨씬 많았다는 얘기다.


박 전 대통령이 대기업 총수와의 면담을 끝낸 뒤 전화를 하면 안 전 수석은 이를 메모 형식으로 수첩에 옮겼다. 대화 내용을 그대로 옮겼다기보다는 박 전 대통령이 얘기하는 내용을 요약하는 형식이다.


문제는 안종범 수첩에 담긴 내용을 특정인의 주장이라고 단정할 증거가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어떤 내용이 담겨 있다고 해도 그게 누구의 말인지, 박 전 대통령이나 안 전 수석 자기 생각(느낌)을 옮겨 놓은 것인지 알기 어렵다는 점이다.


재판부도 그 부분에 주목했다. 재판부는 직접증거(핵심 증거)로 인정하지 않았다. 다만 재판부는 수첩이 존재한다는 자체에 대해서는 인정했다. 또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대화내용 진정성과 관계없이 정황증거로는 채택하겠다"고 말했다. 정황증거는 직접증거보다 증거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스모킹 건으로 활용될 것처럼 보였지만, '계륵'과 같은 신세가 된 셈이다. 재판부의 판단은 특검이나 변호인 측 어느 일방에 유리한 결과라고 단언하기는 어렵다. 다만 특검 입장에서는 앞으로 재판 과정에서 협의 입증에 부담을 안게 됐다.


이 부회장 변호인은 "(안종범 수첩은) 독대자리에 없었던 안종범 전 수석이 작성했다"면서 "(내용)전달과 청취 과정에서 필연적 오류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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