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이 만든 상권 프리미엄…중림동·만리동 '활기'
낡은 점포 사라지고 이색 카페·맛집 속속 등장
중리단길 별칭도 얻어…상가 매매값 2년새 50% 뛰어
[아시아경제 이선애 기자] 5일 오후에 찾은 서울역 뒤편 '중리단길'. 중리단길은 '중림동의 경리단길'이란 뜻이다. 서울역 고가도로를 공원으로 재탄생시키는 '서울로 7017 프로젝트'(서울역 고가공원)가 지난 5월 완공되면서 일대 상권이 들썩거리고 있다. 서울역 인근 중구 중림동과 만리동 일대가 공세권(공원 인근 상권)에 걸맞게 속속 새단장하고 있는 것.
지하철 2·5호선 충정로역 5번 출구로 나와 '서울로 7010' 초입까지 10여분 남짓 걷는 동안 즐비한 카페와 식당 보는 재미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기억속에 이 곳은 오래된 식당 등의 낡은 점포들이 있던 곳이었다. 서울역 일대는 서울의 중심이라고 하기엔 자동차만 오가고, 주변 중림동과 망리동 역시 유동인구가 많지도 상권 자체가 활성화되지도 않은 곳이였다.
그러나 '서울로 7017' 개장 전부터 공원 프리미엄이 부각되면서 최근 1년새 창업자들이 속속 몰려왔다. 카페와 헤어숍, 이색음식점 등이 문을 열면서 '문화거리'로 모습이 바뀌기 시작한 것. 식당들도 깔끔한 인테리어를 살려 재단장하는 등 상권 분위기가 밝아지는 추세다. 한적한 2차선 도로였던 중림동 거리가 카페와 음식점들로 채워지면서 서울 용 산구 범이태원 상권인 '경리단길'의 이름을 따 중리단길이란 별칭도 얻었다.
평일 오후 시간이었음에도 젊은 사람들과 외국인들이 제법 눈에 띄었다. 골목골목마다 젊은 감각의 카페와 세려된 간판의 음식점, 맥주집엔 삼삼오오 모여 화기애애한 시간을 보낸 이들이 많았다.
지난해 3월 이곳에 카페를 연 'ComoRe'는 "새로운 가게가 잇따라 문을 열고 있다"며 "평일 점심엔 직장인들이 주 고객이고, 서울로를 찾는 이들도 많이 방문해 상권이 활기를 띠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매장 인테리어를 끝낸 한 가게의 관계자는 "점심시간에 인근 직장인들이 몰려 장사진을 이루고, 주말에는 가족단위 고객도 많이 찾아 새롭게 새단장할 필요가 있어 투자하게 됐다"고 말했다.
길에서 만난 대학생 이수연(27)씨는 "서울로만 둘러보려다 가기가 아쉬워 중리단길에서 시간을 보내게 됐다"며 "분위기 좋은 카페가 제법 있어 데이트 장소로 추천한다"고 말했다.
서울로는 동쪽으로 회현동부터 서울역 광장을 지나 서쪽으로 중림동과 만리동까지 이어진다. 그동안 차량으로만 횡단할 수 있었던 이 길을 걸어서 이동할 수 있게 되면서 자연스레 서울로의 서쪽 끝인 중림·만리동 일대에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는 것.
유동 인구가 늘면서 상가 임대료와 권리금도 뛰고 있다. 중림로 일대 복수의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들에 따르면 서울역 고가공원과 이어지는 중림로 초입의 전용면적 80㎡ 안팎의 1층 상가는 임대료가 보증금 1억원에 월세 600만원 수준이다. 지난해 말에는 보증금 5000만원에 월세 450만원 정도였다. 2015년과 비교하면 2년 새 50% 가까이 상승한 것. 권리금과 임대료도 50~100% 올랐다.
만리동도 마찬가지다. 공원과 가까운 곳에 아파트 1500여 가구가 내년 1월까지 입주할 예정이어서 단지 주변으로 상가들이 모여들고 점포 몸값(매맷값과 임대료)도 두배 가량 껑충 뛰었다.
상가정보연구소 관계자는 "중림로 일대는 매물이 나오자마자 바로 거래되는 상황"이라며 "앞으로도 상승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당분간 상권 인기는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서울시가 오는 2019년까지 중림동 일대에 총 178억원을 투입할 거라는 대규모 도시재생사업이 예고되면서 이 일대 매물은 현재 찾기가 힘든 상황. 서울시의 '중림동 도시재생활성화 계획'은 손기정체육공원~약현성당~염천교 제화거리~서소문역사공원으로 이어지는 1.5㎞ 길을 '중림 역사문화탐방로'로 만든다는 내용이다.
덩달아 남대문 시장에도 활기가 돌고 있다. 남대문시장 방문객은 서울로 개장 이전보다 하루 평균 4만명 이상 늘었다. 개장 이후 하루 방문객은 21만여명 정도.
서울역 고가는 만리동·중림동·서계동 일대 봉제 공장에서 생산된 셔츠·블라우스·원피스 등을 남대문시장·동대문시장에 배달하는 물류길이었다. 남대문시장 상인들은 고가 통행이 금지된 2015년 12월 서울시청 앞에 모여 '고가 폐쇄 결사반대'를 외치기도 했다. 하지만 서울로라는 사람들이 걸을 수 있는 길이 만들어지면서 상인들도 예상치 못한 손님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는 것.
상가 관계자들에 따르면 유독 젊은이들의 유입이 많은 상황이다. 서울로를 지나던 한 커플은 "서울로에 사진을 찍으러 왔는데 걷다가 남대문 시장까지 둘러보게 됐다"며 "은근히 좋은 상품이 많아 쇼핑까지 했다"고 말했다.
이선애 기자 ls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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