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
한국전쟁 피란민 아들, 상업고등학교 나와 은행원 취직
만18세에 부친 돌아가시자 주민들이 나서서 장례식 치러줘
은행원 재직 중 방통대 진학 "방통대는 가뭄의 단비 같은 고마운 존재"
성균관대학교 야간대학 법률학과 편입해 사법시험 수석 합격
'한국전쟁 피란민의 아들로 상업고등학교를 나와 은행원으로 야간대학에 다니며 사법시험에 합격'
조 후보자는 5일 국회에서 진행되는 인사청문회 모두발언에서 자신이 걸어온 길을 소개했다.
조 후보자는 한국전쟁 당시 월남한 피란민 가정에서 태어났다. 조 후보자는 "어린 시절을 돌아보면 이곳저곳으로 이사 다닌 기억밖에 없고 셋방살이가 참으로 고달팠다"며 "하루빨리 취업을 해서 가족 생계를 책임져야겠다는 일념으로 상업학교에 진학했다"고 가난했던 당시를 회상했다.
상고를 졸업하자마자 은행 취직에 성공했지만 기쁨은 잠시뿐이었다. 조 후보자는 취업 후 석 달도 안 돼 부친의 임종을 지켜야 했다. 그는 "만18세도 안 돼 어떻게 장례를 치러야 할지도 몰랐는데, 산동네 주민들이 나서서 부친 장례를 치러줬다"며 "이런 은혜는 평생 가슴깊이 간직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 후보자는 어려운 가정환경 속에서도 학업의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은행에 근무하면서도 방송통신대학교에 진학해 배움을 이어갔다. 이후에는 성균관대학교 야간대학 법률학과에 편입했고, 1980년에 22회 사법시험에 수석 합격했다.
조 후보자는 "인생의 고비고비마다 우리 사회가 저에게 베풀어주신 배려에 감사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한 개인의 발전은 개인 혼자만의 노력의 결과가 아니라 직간접적으로 사회 공동체에 크게 빚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조 후보자는 "별로 내세울 것도 없는 제가 대법관이라는 명예로운 자리에 제청된 이유는 사회의 여러 목소리와 가치들을 대법원 판결에 담고자 하는 국민들 열망이 반영됐기 때문"이라며 "철저한 자기반성을 통해 사회적으로 공감 받을 수 있는 보편적 인식으로 대법관 직에 임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정준영 기자 labri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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