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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저유가 경제학]오를 땐 빨리, 내릴 땐 천천히…기름값 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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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 유류세와 주유소 가격 결정구조에 원인
정유사의 주유소 공급가격은 싱가포르 국제시장 가격 반영해

[초저유가 경제학]오를 땐 빨리, 내릴 땐 천천히…기름값 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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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심나영 기자]국제유가보다 휘발유 가격은 왜 천천히 내리는 걸까. 정유업계는 국제유가가 급락하며 지난해 1~2월처럼 초저유가 시대가 올 것이란 예측을 내놓고 있다. 그런데 주유소에서 판매하는 휘발유 가격 하락 속도는 국가유가가 떨어지는 속도를 못 따라가고 있다.

올해 들어 가장 유가가 높았던 지난 2월 3일 기준 두바이유는 배럴당 55.08달러였다. 6월 30일에 두바이유는 배럴당 46.47달러로 당시보다 15.6% 하락했다. 같은 기간 국내 휘발유 판매가는 4.8%(1516.95원→1444.10원) 떨어지는 데 그쳤다.


유가와 관계없이 고정적으로 부과되는 세금과 주유소의 가격 결정구조에 그 원인이 있다. 휘발유에는 60% 정도 세금이 부과된다. 유류세는 유가와 관계없이 고정돼 있다. 정유업계 한 관계자는 "국제유가가 0원까지 떨어지더라도 정해진 세금은 내야하기 때문에 최소 주유소에서 사는 휘발유 값은 900원을 넘기게 된다고 말했다.

주유소들의 가격 결정 구조도 기름값 하락 체감 속도를 늦춘다. 한 달에 두 세 차례 석유 제품을 사서 저장탱크에 넣어놓은 뒤 소비자에게 판다. 주유소는 정유사의 공급가를 원가로 삼아 가격을 결정한다. 주유소들은 석유제품이 쌀 때 정유사로부터 판매할 기름을 사놓고, 비쌀 때 소비자에게 많이 팔아 이익을 남기려고 한다. 여기서 유가 하락 속도와 휘발유 값 하락 속도 간 차이가 생긴다.

예를 들어 주유소가 정유사로부터 2주일 전에 비싸게 산 휘발유의 재고가 많이 남아있다고 가정해보자. 현재 정유사가 휘발유 값을 그 당시보다 내리더라도, 주유소는 소비자들에게 공급하는 최종 가격을 선뜻 떨어뜨리긴 어렵다. 비싸게 사서 저렴하게 팔고 싶은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주유소도 비싸게 산 휘발유를 모두 팔 때까지는 손해 보는 장사를 하진 않을 것이다.


그러나 유가가 오를 때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주유소 입장에서는 정유사로부터 싸게 산 휘발유를 비싸게 팔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셈이다. 한시라도 가격을 빨리 올려야 '남는장사'다. 이 때문에 기름값이 오를 때와 내릴 때 속도의 차이가 생기는 것이다.


한편 국내 정유사들은 주유소 공급가격과 관련 싱가포르에서 거래되는 국제가격을 반영해야하므로 임의로 가격을 결정할수 없다는 게 정유사 입장이다. 정유사 관계자는 "싱가포르 국제시장 가격은 국제유가의 큰 흐름은 따라가긴 하지만, 수요와 공급까지 고려해야하므로 즉각 영향을 받진 않는다"고 밝혔다.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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