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넥센 신인 1차 지명 휘문고 안우진
150㎞ 직구·140㎞ 슬라이더 구사
"박용택 선배와 대결해보고 싶다"
[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 키 193㎝, 몸무게 93㎏. 직구 평균 시속이 150㎞를 웃돌고 슬라이더는 시속 140㎞를 넘나든다. 이 공들을 원하는 곳에 던질 수 있는 제구력도 갖췄다. 당장 미국프로야구 마운드에 올라도 손색없을 눈부신 '스펙'. 그러나 아직 고등학생이다.
프로야구 넥센이 지난 26일 신인 1차 지명으로 선발한 안우진(18·휘문고)은 '대형투수'에게 필요한 조건을 다 갖췄다. 그래서 우리 야구의 전설인 최동원과 선동열(54)에 필적하는 슈퍼스타로 성장하리라는 기대와 소망이 그에게 집중된다. 그의 경기력은 박찬호(44), 임선동(44), 조성민 등 뛰어난 투수를 무더기로 배출한 1992학번 세대를 이미 뛰어넘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구경백 IB스포츠 해설위원(60)은 "직구 스피드와 변화구 제구 능력 모두 또래 선수들에 비해 출중하다. 동작이 유연하고 구위까지 갖췄다. 그 나이 때 선동열을 보는 느낌"이라고 했다. 김선우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40)은 "긴 이닝을 던지기 위해 완급 조절을 하거나 강한 타자가 나올 때는 전력으로 승부하는 등 싸울 줄 아는 투수다. 구위에 대한 자신감이 있다"고 했다.
안우진은 올해 고교야구 주말리그 아홉 경기에 나가 43.1이닝을 던지고 평균자책점 1.88을 남겼다. 타자 172명을 상대하면서 탈삼진 쉰한 개를 곁들였다. 지난달 28일 서울고와의 경기에서는 직구 최고 구속 156㎞를 기록했다.
미국 프로야구에서도 그를 주목해왔다. 지난해 8월16일 군산상고와의 봉황기 결승(4-3 휘문고 승)에서 7이닝 1실점으로 우승에 기여하고, 다섯 경기(21.2이닝)에서 1자책점을 기록해 최우수선수(MVP)가 된 뒤 토론토 블루제이스,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등에서 접촉했다.
안우진은 도전을 뒤로 미뤘다. 긴 안목으로 야구인생을 설계하면서 준비를 착실히 하고 있다. 지난 27일 휘문고 야구부 훈련장에서 아시아경제와 인터뷰한 안우진은 나이에 비해 차분하고 겸손했다. 그는 "나는 아직 프로에서 공 한 개도 던지지 않았다. 모든 평가가 과분하다. 1군에서 많이 등판할 수 있도록 착실히 준비하고, 경기를 통해 기회를 살리겠다"고 했다.
프로 투수가 되면 제구력이 성공과 실패를 가를 것이다. 프로리그에는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가 많지만 누구나 성공하지는 못했다. 안우진도 이러한 사실을 잘 안다. 그는 "타자의 타이밍을 빼앗고 상황에 따라 볼 배합을 바꾸기 위한 연구를 매일 한다"고 했다.
김성태 휘문고 투수코치(35)는 "(안우진은)위에서 내리꽂는 정통파 오른손 투수가 아니라 스리쿼터(오버핸드보다 팔의 각도가 낮은 투구방식)와 사이드암 중간 지점에서 공을 놓는다. 빠르고 힘 있는 공을 오래 던질 수 있는 유형"이라고 했다.
김 코치는 랜디 존슨(54)이나 페드로 마르티네스(46) 등이 오랫동안 메이저리그를 호령하며 경쟁력을 유지한 비결도 이러한 투구 폼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안우진은 아직 성장판이 닫히지 않았고, 구속도 더 오를 수 있다. 대형 투수가 될 잠재력이 충분하다"고 했다.
안우진은 스포츠 재능을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았다. 어머니 김지은(46) 씨도 1990년대 여자 실업배구 한일합섬에서 활약한 선수 출신이다. 안우진은 "좋은 체격을 물려준 엄마에게 고마워하라"는 어머니의 말에 "나는 노력으로 성장하는 선수"라고 대답한다. 김 씨는 "궁금한 점이 있으면 지도자나 선배들을 찾아가 묻고 배우기를 주저하지 않는 성격이다. 집에서도 수시로 메이저리그와 국내 일류 투수의 경기 동영상을 챙겨본다"고 했다.
안우진의 성숙함은 훈련장에서 더욱 돋보인다. 휘문고를 졸업한 프로야구 LG의 스타 박용택(38)은 지난 1월 일본 미야자키에서 열린 모교의 전지훈련에 참가했다. 그에게 가장 질문을 많이 한 후배가 안우진이었다. 안우진은 "(박용택 선배가)인성과 함께 기술적으로는 제구력의 중요성을 계속 강조하더라"고 했다. 그가 프로 선수가 되면 가장 대결해보고 싶은 타자도 박용택이다. 안우진은 "(박용택 선배는)8년 연속 타율 3할 이상을 치는 기술적으로 완성된 타자"라고 했다.
안우진은 다음달 2~14일 열리는 청룡기 대회 준비를 하고 있다. 동료들과 함께 우승을 위해 모든 힘을 쏟겠다는 각오. 18세 이하 대표로 뽑혀 9월1~10일 캐나다에서 열리는 세계청소년대회에도 나간다. 먼 목표는 2020년 도쿄올림픽. 그는 "프로에서 3년 동안 기회를 잘 살리고, 대표선수가 되어 올림픽에 꼭 나가고 싶다"고 했다.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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