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국제유가의 하락으로 국내 판매 기름값이 떨어지면 가장 반기는 이들은 자동차 소유자와 자동차를 구입하려는 대기수요자들이다. 최근 해외에서 불붙고 있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인기가 국내서도 불붙는 상황에서 저유가와 SUV의 잇단 출시는 자동차 내수판매에 적지 않은 기여를 할 전망이다.
27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지금과 같은 저유가 시기였던 2015년 시장조사전문기업 마크로밀엠브레인이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본인명의 차량보유자 10명 중 8명(76.4%) 가량이 저유가 체감도가 높았다. 저유가로 인해 서민들의 주머니 사정이 나아질 것이라는데 동의하는 의견(53.5%)이 비동의 의견(34.6%)보다 우세했다. 유가하락이 화물차 운전자 등 운송업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데도 대부분(84%)이 동의했다.
특히 저유가 시대로의 진입은 소비자들의 자동차 구매 고려에 적지 않은 영향을 주는 것으로 파악됐다. 유가하락으로 인한 자동차 구매의향을 묻는 질문에 요즘 차를 살까 고민 중에 있다는 응답이 9.1%,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앞으로 차를 구매할 생각이 있다는 응답이 64.3%였다.자동차 구매의향을 가진 소비자(734명)가 가장 원하는 크기의 차량은 중형차(36.9%)였으며, 그 다음으로는 준중형차(28.6%)와 경차/소형차(15.3%), 승합자동차(12.7%) 순이었다.
이에 맞춰 자동차업계는 최근의 저유가와 SUV 선호현상에 맞춰 SUV를 대거 출시하고 있다. 대형 SUV 시장에서는 쌍용차가 야심차게 내놓은 G4 렉스턴의 초반부터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가장 뜨거운 시장은 소형 SUV다.2013~2014년 르노삼성 'QM3'가 기초를 닦고, 2015년 쌍용 '티볼리'가 부동의 1위를 지키는 가운데 현대차가 코나를 기아차가 스토닉을 각각 출시하면서 2000만원대 전후의 가격대로 승부수를 내걸었다.
27일부터 판매에 들어간 코나는 지난 14일부터 시작된 국내 사전계약에서 5000대를 돌파(5012대)하며 국내 SUV 시장에 돌풍을 예고하고 있다. 현대차는 올해 국내에서 총 2만 6000대의 코나를 판매할 계획으로 사전계약에서만 연간 판매목표의 약 20%에 도달하는 등 초기부터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고 자평했다.
저유가에 경유가격 인상 방침 철회로 수입차에서는 디젤(경유) 인기가 계속될 전망이다.수입차협회에 따르면 5월 중 디젤 차량이 9952대(51.4%)로 가장 많이 팔렸다. 가솔린과 하이브리드는 각각 7625대(39.3%), 1798대(9.3%)씩 판매됐다.
한편,자동차쇼핑사이트 SK엔카가 5월 10~31일 성인 남녀 1673명을 대상으로 '내가 생각하는 최고의 SUV'에 대해 설문 조사한 결과, 기아자동차 모하비(14.4%)가 가장 많은 표를 얻었다. 이어 기아차 쏘렌토와 현대차 싼타페가 각각 11.6%, 11%의 '지지율'로 2위와 3위에 올랐다. 국산 SUV가 1~3위를 휩쓴 가운데, 수입차 중에서는 레인지로버가 4위(5%)로 가장 높은 순위를 기록했다. BMW X6(7위ㆍ3%), 포르셰 카이엔(8위ㆍ2.7%)까지 3개 수입차가 10위권 안에 이름을 올렸다.6위는 현대차 투싼(3.6%), 8위와 10위는 기아차 카니발(2.7%)과 쌍용차 렉스턴(2.6%)이 차지했다.
박홍규 SK엔카 사업총괄본부장은 "고가의 수입 SUV 모델들도 많지만 소비자들이 자신의 사용 경험과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등을 고려해 주로 국산 SUV들을 선호 모델로 지목한 것 같다"며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SUV 구매를 고려하는 소비자들의 문의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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