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스트 연구팀, 미토콘드리아 내 펩타이드 자기조립 유도해 암세포 없애
[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 암세포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미토콘드리아'를 망가뜨려 암세포 스스로 무너지게 하는 치료법이 나왔습니다. 국내 연구팀이 암세포 미토콘드리아 안에서의 합성 펩타이드 자기조립을 통해 암세포를 제거하는 새로운 항암 치료법을 개발했습니다.
암 치료는 수술을 통해 암 조직을 제거한 뒤 화학약물을 투여하는 방식으로 이뤄집니다. 화학약물을 계속 투여하면 내성이 생길 수 있습니다. 암세포에 내성이 생기면 더 이상 화학약물로 암을 억제하기 어렵습니다.
연구팀은 이런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분자의 자기조립(self-assembly)'을 이용해 암세포를 제거하는 새로운 치료법을 내놓았습니다. 암세포 내부에서 스스로 뭉친 분자들이 암세포를 파괴하도록 만드는 방식입니다.
연구팀은 특히 세포 소기관 중 미토콘드리아를 표적으로 삼았습니다. 이를 파괴시킬 자기조립물질을 합성했습니다. 세포 내 에너지 공장으로 알려진 미토콘드리아를 망가뜨리면 암세포도 죽을 것으로 판단한 것입니다. 이를 위해 합성한 물질은 트리페닐포스포늄(triphenylphosphonium)을 연결한 '펩타이드'였습니다.
트리페닐포스포늄 펩타이드는 세포 밖에서 자기조립하지 못하고 분자로 존재합니다. 이 분자가 미토콘드리아 안으로 들어가 쌓이면 그 농도가 수천 배 높아집니다. 이때 분자들끼리 끌어당기는 힘이 생기면서 자기조립해 나노섬유구조를 만듭니다.
분자 하나가 암세포의 미토콘드리아에 끼치는 영향은 작습니다. 분자 수백~수천 개가 모여 만든 나노섬유구조의 영향력은 매우 큽니다. 미토콘드리아 막에 구멍을 뚫습니다. 이렇게 되면 미토콘드리아 안에 있던 단백질들이 세포질로 나오면서 암세포가 사멸합니다.
이번 연구는 유자형 유니스트(UNIST) 자연과학부 화학과 교수를 비롯해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의 곽상규 교수, 이은지 충남대 분석과학기술대학원 교수팀과 공동으로 수행했습니다. 연구 성과는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 6월21일자 온라인판(논문명: Mitochondria localization induced self-assembly of peptide amphiphiles for cellular dysfunction)에 실렸습니다.
유자형 교수는 "이번에 개발한 방법은 화학약물 치료와 완전히 다른 메커니즘으로 암세포를 제거할 수 있다"며 "약물 내성을 이겨낼 수 있고 난치성 암 치료법의 개발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이번 연구에는 UNIST 자연과학부의 이현우 교수와 UNIST 생명과학부의 배성철 교수도 참여했습니다.
앞으로 암, 치매, 당뇨병, 심장질환 치료에 적용할 수 있습니다. 새로운 신약 연구 개발 분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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