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도시바인수]"최태원 전략 통했다"…R&D 협력에 방점(종합)

도시바 21일 이사회 열어 메모리 사업부 인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SK하이닉스 참여 한·미·일 연합군 유력…28일 주총서 최종 확정
SPC 설립 도시바 메모리 지분 51% 이상 인수…MBO 방식 제안
기술 유출·고용 승계 우려 도시바·일본 정부 설득 주효
SK하이닉스는 자금 융자 방식인 듯…"장기적으로 다양한 기회 모색"

[아시아경제 강희종 기자]SK하이닉스가 포함된 한·미·일 연합이 도시바 메모리 사업 인수 유력 후보자로 떠오른 것은 도시바와 일본 정부가 아쉬워하는 부분을 효과적으로 공략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미·일 연합이 최종 도시바 메모리 사업부 인수를 확정할 경우 SK하이닉스는 낸드플래시 분야에서 앞서 있는 도시바와 여러 사업 기회를 모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21일 NHK,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도시바는 이날 열리는 이사회에서 일본 관민펀드인 산업혁신기구(INCJ), 미국 사모펀드인 베인캐피털, 한국 SK하이닉스가 결성한 한·미·일 연합에 메모리 사업부를 매각하는 방안을 보고할 계획이다.

도시바는 한·미·일 연합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28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매각 방안을 최종 확정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전에는 SK하이닉스를 비롯해 미국 반도체 기업 웨스턴디지털과 브로드컴, 대만 훙하이정밀공업(폭스콘) 등이 참여해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당초 일본 언론들은 브로드컴과 미국 사모펀드인 실버레이크 컨소시엄을 유력한 후보로 꼽아왔다.

하지만 막판에 미국계 사모펀드인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와 INCJ가 주축이된 미·일 연합에 SK하이닉스와 손잡은 베인캐피탈이 합류하면서 분위기가 급반전됐다.

한미일 연합은 특수목적회사(SPC)를 설립해 도시바 메모리 사업부문의 지분 51%를 인수하되 나머지 지분은 현재 경영진이나 도시바 본사가 갖는 '경영자 매수(MBO·management buy out)' 방식을 제안했다. 이는 고용 보장과 기술 유출을 우려하는 도시바 경영진과 일본 정부를 설득하는 데 주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도시바는 MBO 방식으로 지분을 매각할 경우 필요한 자금을 수혈하면서 경영권도 유지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도시바가 메모리 사업을 매각키로 한 것은 원전 사업으로 인한 7조원의 손실을 해결하기 위해서였다. 도시바는 건실한 메모리 사업부를 통째로 해외 기업에 넘기는 것에 대해 부정적이었다.

SK하이닉스와 베인캐피털은 메모리 사업부를 통째로 해외 기업에 넘기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도시바와 일본 정부의 입장을 공략한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전략은 최태원 SK 회장의 머리 속에서 나왔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앞서 최 회장은 지난 4월 기자들과 만나 "SK하이닉스에 도움이 되고 반도체 고객에게 절대로 해가 되지 않는 방법 안에서 도시바와 협업할 수 있는 여러 방안을 알아보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최 회장은 "단순히 기업을 돈 주고 산다는 개념을 넘어 조금 더 나은 개념에서 워치(예의주시)해보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SK하이닉스는 SPC에 직접 지분을 참여하지 않고 융자하는 방식으로 한·미·일 연합에 동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역시 기술 유출을 우려하는 일본 정부를 감안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한·미·일 연합이 제안한 방식은 전체 반도체 산업 발전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최 회장의 발언과 맥을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반면, 훙하이정밀공업은 30조원이라는 막대한 금액을 제안했음에도 기술 유출 우려에 대한 우려에 가로막혔다.

일부에서는 다국적 연합군 형태이기 때문에 인수가 확정된 후에도 SK하이닉스가 얻을 수 있는 실익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대해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와 도시바가 연구개발(R&D) 분야에서 협업할 수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 다양한 기회를 모색할 수 있을 것"이라는 평가했다. 도시바는 낸드플래시 개념을 처음 개발한 곳으로 다수의 원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번 인수에도 불구하고 도시바가 계속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산업 지형도는 크게 바뀌지 않을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IHS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전세계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36.7%로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도시바 17.2%, 웨스턴디지털 15.5%, SK하이닉스 11.4%, 마이크론 11.1%로 그 뒤를 잇고 있다.

강희종 기자 mindle@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