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중국 A주의 모건스탠리 캐피털 인터내셔널(MSCI) 신흥시장지수 편입 성공으로 우리 증시에서 최대 4조3000억원에 이르는 자금이 유출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됐다. 하지만 현재 국내 증시에 유입되는 외국인 투자자금 규모 등을 고려할 때 이번 MSCI 지수조정이 우리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금융당국은 내다봤다.
금융위원회는 21일 서울정부청사에서 중국A주의 MSCI 편입과 관련해 관계부처 합동으로 주식시장 동향점검회의를 열고 이 같이 밝혔다.
금융당국은 이번 결정으로 MSCI 신훙국지수에서 중국물이 차지하는 비중이 0.73%포인트 증가(27.7% → 28.4%)하고, 이에 따라 한국물 비중은 0.23%포인트 축소(15.5%→15.2%)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따라 정은보 금융위 부위원장은 "MSCI 신흥국 지수를 추종하는 글로벌 자금규모를 감안할 때 국내 증시에서 약 6000억원에서 4조3000억원 규모의 자금이 유출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하지만 실제 시행시기, 신흥국펀드 증가 추세, 국내 증시의 외국인 투자자금 순유입 규모 등을 고려할 때 우리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중국 A주가 신흥국 지수에 반영되는 것은 1년 후인 내년 6월부터이고, 중국 A주 신규편입 이슈는 이미 올해 초부터 시장에서 상당부분 예상됐기 때문에 국내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특히 최근 신흥국에 투자하는 글로벌 펀드 규모의 증가추세와 국내 증시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금의 순유입 규모 등에 비추어 볼 때 MSCI 신흥국지수 내 한국물 비중감소로 외국인 투자자금이 급격히 유출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정 부위원장은 "국제금융시장에서는 신흥국을 중심으로 한 세계경제 회복세, 금리인상에 따른 채권시장 약세 등으로 올해부터 글로벌 자금이 채권에서 주식으로, 선진국에서 신흥국으로 전환하는 소위 '그레이트 로테이션(Great Rotation)'에 따라 신흥국에 투자하는 펀드규모가 확대되는 추세"라고 지적했다.
우리 증시의 외국인 투자자금 순유입 규모는 지난해 12조원 규모에서 올해에는 1~5월까지만 9조원 이상에 달하고 있다. 신흥국지수내 한국물 비중 감소에 따른 최대 유출가능 규모(4.3조원)를 충분히 상쇄하고도 남는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또 최근 1년여간 사례를 보아도 1개월 동안 3조원, 2개월 연속 6조원 규모의 외국인 자금유출 사례가 있었고, 당시 주가 하락폭은 월간 -1.5%에서 -2.5%, 2개월간 -4% 수준으로 증시에 충격을 주는 정도는 아니라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한국물의 MSCI 선진국지수 관찰대상국 편입 문제와 관련해서는 MSCI 측과 지속적으로 협의해나가겠단 방침을 밝혔다. 다만 MSCI 측에서 요구하는 원화의 역외거래 허용 등은 단기적으로 추진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정 부위원장은 "MSCI측에서는 우리나라가 관찰대상국에 편입되기 위해서는 원화의 역외거래가 허용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라면서 "그러나 소규모 개방경제이고 수출입 비중이 높은 우리 경제의 특성상 외환시장 안정성이 매우 중요하므로 외환관리 체계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역외 외환거래 허용을 단기적으로 추진하기는 곤란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정부는 앞으로도 우리 자본시장에 외국인 투자자금이 지속적으로 유입·확대될 수 있도록 시장 매력도를 증진시키기 위해 외국인 옴니버스 계좌 제도 시행, 상장 및 공모제도 개편, 스튜어드십코드 확산, 한국거래소에 대한 구조개편 등정책적 노력을 지속 추진하면서 MSCI와 계속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강욱 기자 jomaro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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