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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대가 가보지 않은 길…재계 뉴리더 '業그레이드'DNA 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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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뉴 리더십-비전퀘스트 새로운 길을 걷다-프롤로그]

선대가 가보지 않은 길…재계 뉴리더 '業그레이드'DNA 가동 올해 1월 구미공장을 방문한 조현준(왼쪽 세 번째) 효성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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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문재인정부의 출범은 재계의 리더와 리더십에도 새로운 과제를 던져주었다. 3,4세 총수시대의 문을 연 재계는 경제성장과 일자리창출에 기여하면서도 토종 글로벌기업으로서의 사회적책임과 투명경영에서 이전보다 더 높은 수준을 요구받고 있다. 재계의 뉴 리더들에 주어진 숙제는 그러나 이전 세대와 다른 대내외 경영환경 속에서 쉽사리 풀기 어려운 숙제임이 분명하다. 뉴 리더들은 이전 세대와 달리 유복한 가정환경에서 글로벌 마인드와 착실한 경영수업 과정 속에서 경영자로서의 자질은 갖추었다. 하지만 대내외 경영환경은 이전 세대가 겪어보지 못한 상황이다. 고속성장의 추억은 이미 사라졌고 풍부한 노동력과 저임금, 3저(저금리, 저달러, 저유가) 호황과같은 우호적인 경영환경도 찾아오지 않는다.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확산과 북한리스크, 위기와 기회가 공존하는 4차 산업혁명의 대응이라는 선대가 전혀 가보지 못한 길을 가야한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의 정치적ㆍ사회적인 기대도 선대가 가보지 않는 길이다.정치적으로는 총수와 대주주의 책임경영과 투명경영, 감시와 견제를 강화하려는 장치들이 잇달아 예고되고 있다. 총수의 자질와 덕목은 더 높은 수준을 요구받고 있다. 지도에 없는 길, 가보지 않는 길이지만 재계의 뉴리더들에게는 피할 수 없는 길, 돌아갈 수 없는 길이다.

선대가 가보지 않은 길…재계 뉴리더 '業그레이드'DNA 가동 2011년 5월 한화 인재경영원에서 열린 한화그룹 핵심가치 선포식에서 김승연 회장(왼쪽)과 김동관 차장(현 한화큐셀 전무)이 함께 터치 버튼을 누르고 있다

-승계에 대한 거부감, 비전퀘스트로 성찰하는 리더

기업경영도 인생처럼 여러 가지 위기, 사건과 사고, 대변혁, 오랫동안 상처가 아물지 않는 일들이 있다. 아직도 적지 않은 국민들은 재벌 3, 4세가 그룹 경영권을 물려받는 것을 부정적으로 생각한다. 총수일가가 경영을 독점하는 것은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에 역행하는 것이고 경영권과 재산을 물려받는 과정이 공정하지 못했다고 생각해서다. 일부 오너가 자제들의 일탈행위는 기업 이미지와 신뢰도를 추락시키고 반(反)기업정서를 확산시킴으로써 '오너가 디스카운트'라는 말까지 만든 것도 사실이다. 뉴 리더들은 이런 상황들을 이겨내야 할 뿐만 아니라 그 의미를 이해하고 그럼으로써 성장해야 한다. 경영이나 인생 모두 이런 상황을 피할 방법은 없다. 중국 '역경(易經)'에는 "나의 보물을 십만 번 잃을 수 있다. 그래도 아홉 언덕을 올라가야 한다"고 했다.


뉴 리더에 필요한 과정이 '비전퀘스트'다. 비전퀘스트는 라틴어로 '보다(visum)'는 뜻과 '추구하다, 묻다(quaesitum)'에서 유래됐다. 19세기 유럽과 미국의 인류학자들이 미국 인디언들이 행하던 통과의식을 칭하는 이름으로 비전퀘스트를 사용한 것이다. 북아메리카의 인디언들은 깊고 깊은 숲속에서 대략 열흘 정도의 단식과 명상을 통해 자신의 앞날을 그림을 그리듯 생생히 보게 된다. 그리고 그러한 기억들이 살아갈 날들의 훌륭한 엔진 역할을 한다. 인류학자들은 인디언 의식을 보고 중세 유럽 신화에 나오는 비전을 찾는 기사를 떠올리기도 했다.

선대가 가보지 않은 길…재계 뉴리더 '業그레이드'DNA 가동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왼쪽에서 두 번째)과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왼쪽에서 세 번째)이 지난2월 22일(현지시간)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보잉 찰스턴 센터에서 보잉 787-9 차세대 항공기 인수식 행사에 참여하고 있다.

-온고지신과 반면교사, 시대정신에 맞는 리더십

재계 뉴 리더들은 선대로부터 온고지신과 반면교사에 기초해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소통과 책임의 리더십을 축적해 오는 비전퀘스트를 거쳤다. 한화그룹 3세인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는 본격적인 글로벌 기업으로의 도약을 책임지고 있다. 한화그룹은 선대 김종희 창업주가 그룹의 기초를 닦았다면 현 김승연 회장은 태양광 및 방산, 석유화학 기업의 인수합병(M&A)을 통해 그룹의 규모를 키웠다. 김 회장의 장남인 김 전무는 기존사업과 신사업을 동시에 성장시키는 한편으로 직원들과 격의 없는 소통을 통해 한화그룹을 글로벌 선진 기업에 걸맞은 도전적이고 혁신적인 조직으로 바꾸는 데 앞장서고 있다.


한진가(家) 3세인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은 취임 일성부터 "대한항공 대표 사원이라는 자세로 솔선수범하겠다"고 했다. 조부인 고(故) 조중훈 창업주와 부친인 현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을 비롯한 수많은 선배들의 땀과 열정으로 성장한 대한항공을 글로벌 리딩 항공사로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 자신부터 낮은 자세로 더 많이 만나고 더 많이 듣겠다는 경청의 리더십을 펼치고 있다.


3세 총수시대를 본격적으로 연 조현준 효성 회장은 선대가 이룬 지난 50년의 효성을 100년의 효성으로 만들기 위해 경청의 문화를 강조하며 스포츠맨십에 기반을 둔 페어플레이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다. 조 회장은 이미 1990년대 말부터 효성 경영에 참여해 기술경영을 바탕으로 한 연구개발(R&D) 투자확대와 적극적인 해외진출을 바탕으로 첫 영업이익 1조원을 달성하며 최대의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소설 '삼총사'에 나오는 '모두를 위한 하나, 하나를 위한 모두(All For One, One For All)'를 언급하며 효성의 탄탄한 팀워크를 이끌고 있다.


한국타이어그룹은 2세 형제경영의 롤모델이 되고 있다. 조양래 한국타이어 회장의 장남인 조현식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사장과 동생 조현범 한국타이어 사장은 형제애를 바탕으로 한국타이어그룹을 타이어와 비(非)타이어 부문의 양대부문으로 육성하는 데 합작하고 있다.


금호가 3세인 박세창 금호아시아나그룹 사장은 부친인 박삼구 회장의 그룹 재건 프로젝트를 돕고 있으며 재건이 마무리되면 그룹의 위기극복 DNA를 가동해 재도약시킨다는 계획이다.박 사장은 금호타이어 인수와 금호고속인수, 아시아나항공 경영정상화, 저비용항공사 에어서울의 시장 안착 등에 적극 나선다는 게획이다.

선대가 가보지 않은 길…재계 뉴리더 '業그레이드'DNA 가동 한국타이어는 2016년 8월 31일 스페인의 명문 축구단 레알 마드리드의 홈구장인 스페인 산티아고 베르나베우 경기장에서 레알 마드리드와의 글로벌 마케팅 파트너십 조인식을 가졌다. 조현식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사장사장(좌)과 플로렌티노 페레즈 레알 마드리드 회장


-지속가능한 경제성장 위해 국민도 뉴 리더 키워야

한국 경제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한국 대기업의 투자확대 및 성장이 계속 이뤄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상당수의 한국 대기업은 오너와 그 가족이 경영에 참여하는 가족기업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기업 지배구조에서 소유경영 체제와 전문경영인 체제라는 이분법적 구도는 바람직하지 않다. 가족기업의 성과가 나쁜 것도 아니다. 톰슨파이낸셜이 '가족기업지수(Family Index)'를 개발해 1994~2003년 세계 주요 증시에서 주가수익율을 비교분석한 결과, 가족기업이 비가족기업보다 우수한 성과를 보였다.


독일의 경우 가족기업은 206%의 수익률을 보인 반면, 비가족기업은 47%의 수익률을 보였다. 프랑스의 경우 가족기업 203%, 비가족기업 76%를 보였다. 이러한 현상은 스위스, 스페인, 영국, 이탈리아에서도 확인됐다. 미국 자동차기업 포드는 1903년 헨리 포드가 창업한 이후 4세대에 걸친 경영권 승계과정을 통해 현재에 이르고 있다. 기업승계 과정에서 보유지분은 분산됐지만 차등의결권 주식의 발행을 통해 안정적인 경영권을 유지하고 있다.


일본 자동차업체 도요타는 도요다 기이치로가 1937년 창업한 이후 창업주 가문일가의 지분율이 1%도 안 되지만 영향력은 크다. 1995년 도요다 다츠로 사장을 끝으로 창업일가가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가 창업자 4세인 도요다 아키오 현 사장이 2008년 부사장, 2009년 사장을 맡으며 다시 경영 전면에 나섰다. 도요타는 2009년 8월 렉서스의 브레이크 고장으로 일가족 4명이 숨진 사건이 발생하자 위기를 맞았다. 2010년 도요다 사장은 미국 하원 청문회에 나와 모든 것이 내 잘못이라면서 눈물을 흘리고 사과했다. 1200만대의 리콜과 12억달러의 벌금, 4610억엔의 적자를 내며 폐업위기에 몰렸다. 그러나 도요타는 뼈를 깎는 자기혁신으로 2013년부터 2015년까지 3년 연속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2014년부터는 매년 1000만대 판매 돌파 기록을 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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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기업은 승계과정이 원활하지 않을 경우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가 어렵고, 원만한 승계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기업가치가 크게 훼손될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 2011년 국제금융공사(IFC)의 분석에 따르면 가족기업이 창업 세대에서 2세대로 승계되는 비율은 전 세계적으로 25~33%에 불과하며, 3세대까지 존속하는 경우는 5~1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족기업에 대한 해외 주요 연구에서 확인된 사항은 가족기업의 경영성과가 우수하다는 점과 가족기업의 경영권 승계과정이 원활하지 못할 경우 그 기업의 지속가능성이 저해돼 결국 국민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재계 관계자는 "앞으로 누가 기업의 경영권을 승계한다 해도 창업해 성공한 1세대 기업가만은 못할 것임은 분명하다. 그렇다고 3, 4세 승계의 폐해만 문제시해서 이를 막으면 더 큰 폐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면서 "오너 3세, 4세들도 경영권 승계 이전에 경영자로서의 자질과 덕목을 갖추면서 한편으로는 대중의 지지를 얻는 작업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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