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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미래다] 29살 청년, 대한민국을 사는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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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미래다] 29살 청년, 대한민국을 사는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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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시지옥·창업지옥·스펙지옥…동갑내기 3인의 대화
[아시아경제 원다라 기자] 전국 청년인구(만19세부터 만39세, 2016년 5월 기준)는 1500여만명에 이른다. 전체 인구의 30%다. 그런데 4월 기준 청년실업률은 11.2%, 청년실업자수는 120만명에 달한다. 문재인정부가 향후 5년간 81만개 일자리, 올해 하반기에만 11조원을 풀어 직접 고용으로 8만6000개, 간접 고용으로 2만6000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하자 청년들의 관심은 어느 때보다 크다. 아시아경제와 동갑인 29살 청년들의 '일자리에 대한 고민'을 들어봤다. (※ 29세 청년 3명의 인터뷰를 각각 진행하고 이들의 이야기를 대화 형식으로 정리했다. 익명을 원하는 '공시생A'는 가명을 사용했다.)

◆지금 어떤일을 하고 있거나 준비하고 있어?
-4년째 임용고시 준비, 세번째 창업, 엔지니어서 미용사로


공시생A(가명): 노량진 고시촌에서 4년째 역사과목 중등교사 임용고시 준비를 하고 있어. 남동생은 경찰 시험 준비중. 매일 아침 같은 공시생(공무원 시험 준비생)들끼리 인근 교회에 가서 무료 아침을 먹는 '밥터디'때를 빼곤 주로 학원ㆍ독서실에서 시간을 보내. 생활비는 부모님이 대구에서 보내주시는 돈하고 주말에 편의점 야간 아르바이트를 해서 충당하고 있어.
   
이희준: 최근까지 전국 전통시장 참기름 장인을 소개해주는 '청춘 주유소'라는 소셜벤처를 운영했어. 이 일을 하기 위해 일동ㆍ군위ㆍ영월ㆍ예천ㆍ무릉리(제주)에서 직접 참깨 농사도 지어왔어. 청춘 주유소는 내가 만든 세 번째 회사야. 창업은 대학교 3학년 때 개인 관심사별 맞춤 광고를 보여주는 어플리케이션을 만들면서 시작했고, 먹고 싶지만 재료를 구하기 어려운 음식의 재료를 유명 셰프의 레시피와 함께 배달해주는 '쿠킷'이 두 번째였지. 전공은 회계학.
   
명노원: 3년차 홍대 앞 미용사야. 미용사가 되기 전엔 자동차 공장 생산라인 설계 엔지니어였어. 공부소질보다는 손재주가 있는 편이라 실업계 고등학교를 졸업해서 전문대 전기과를 졸업했어. 운 좋게 자동차 회사에 취업했는데, 7개월만에 이건 아니다 싶었지. 마침 큰 누나가 미용사로 성공한 편이라 누나 길을 따라 가기로 했어. 지금은 더 배워서 내 가게를 마련하는 게 꿈이야.

[사람이 미래다] 29살 청년, 대한민국을 사는법

   
◆ 해보니 어때?
-공시생, 10년째 9급 준비하는 친구도 있어 노량진은 '개미지옥'
-소셜벤처사업가, 첫해 적자만 3000만원.. 아이디어 좋다고 잘 팔리진 않더라
-헤어디자이너, 고졸로 대졸 임금 좇기 버겁더라.. 한계 뚜렷

  
공시생A: 10년째 공무원 일반직 9급 시험 준비중인 누나가 있어. 노량진으로 많이들 오는데, 사실 여긴 '개미지옥'이야. 안 그래도 취업 힘든데 사회경험, 영어실력, 변변한 스펙 없이 시험 준비만 하던 우리들을 받아줄 회사가 있을까. 합격하기 전엔 노량진을 떠날 수 없지.

그렇다보니 노량진 고시촌은 꿈ㆍ치열함과 좌절ㆍ도피가 공존하는 곳이야. 한쪽에선 학원 맨 앞자리를 맡기위해 영하의 날씨에도 길바닥에 라면상자 놓고 밤샘 공부하면서 밤새는 풍경이 펼쳐지지만 다른 한쪽을 보면 PC방, 노래방, 모텔이 모두 '풀'이지. 요즘 취업이 어렵다고 하니 공무원 시험 준비한다는 친구들이 많은데 그건 알고 이곳에 왔으면 좋겠어.
   
이희준: 청춘 주유소는 내가 만든 세 번째 벤처야. 대학교 3학년 때 같은 과 친구 세 명과 만든 첫 회사는 영업이익 0원에 적자 3000만원을 냈지. 아이디어가 좋다고 해서 잘 팔리는 건 아니더라. 지금처럼 스마트폰 광고가 활성화되어있지 않을 때 개인 관심사별 맞춤형 광고를 보여준다는 점 때문에 실리콘밸리에서도 관심을 보였는데도. 그렇다보니 제일 황당한 말이 '취업 안 되면 창업해라'는 말이야. 정말 하고 싶어서 해도 99% 망하는 게 현실이니까. 창업은 완전히 다른 영역이야. 본인이 최소한 5년 이상은 관심을 가진 후에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해. 그렇지 않다면 차라리 중소기업에서 2년 정도 일하고 경험을 쌓는 것을 추천해. 참, 회사를 세 번이나 만들다니 '금수저'아니냐고? 아이디어만 가지고 시작하다보니 디자이너, 개발자를 채용해 인건비를 대느라 아이스크림 가게ㆍ전단지 아르바이트부터 막노동까지 했었어.
   
명노원: 자동차회사를 다니다가 미용사로 전업하게 된 이유는 4년제 대학 졸업 후 입사한 사람들과의 임금격차나 노력해도 올라갈 수 있는 높이 차이가 너무 극명했기 때문이야. 고등학교만 나오거나 전문대를 나온 선배들은 아무리 오래 일을 하고 능력이 있어도 한계가 있더라구. 생산라인 설계직으로 입사했는데 매일 10시, 11시 퇴근해도 정시 출퇴근하는 4년제 졸업 사무 직원보다 월급이 적었어. 선배들을 봐도 마찬가지였지. 같이 취업했던 동창들도 마찬가지였고. 대부분 3~4년을 넘기지 못하고 그만뒀어.
   
◆ 문재인 정부가 일자리 많이 늘린다던데, 어떻게 생각해?
-일단 반기지만 올해가 공무원 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 생각

  
공시생A: 문재인 정부가 올해 하반기에만 공무원을 1만2000명 추가 채용한다고 해서 노량진 공시생들 사이에선 반기는 눈치긴 해. 실제 내가 다니는 인근 학원 등록 상담 건수도 많이 늘었다고 하고. 공시 접고 떠났지만 다시 돌아온다는 친구들도 있지. 하지만 많이 하는 얘긴, 올해가 공무원이 될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되지 않을까 하는 거야.


경찰 시험 준비하는 내 동생도 그런 얘길 하더라구. 전체 경찰 정원이 정해져있으니, 올해 경찰을 많이 뽑으면 내년엔 채용인원이 확 줄어들거라고. 이전 박근혜 정부때도 그랬어. 2015년에 채용인원이 확 늘고 이듬해 채용인원이 대폭 줄어들었지. 그래서 당장은 반갑지만 임기응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


명노원: 솔직히 말해서 공무원을 목표로 하는 친구들이 많다는 건 좋은 일이 아닌 것 같아.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친구들 대부분 공무원이 안정적이기 때문에 하고 싶은거니까. 말 그대로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었던 우리 부모님 세대엔 공무원은 선호하는 직종이 아니었잖아. 문재인 정부가 5년간 공공일자리 81만개를 만들겠다고 했는데 이 역시 임시방편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어.


이희준: 공시생 뿐 아니라 요즘 청년들 대다수가 취업은 어렵고, 뭘 하고 싶은지 잘 모르겠는 경우가 많아. 지금 운영중인 진로학기제도 단순히 시험을 보지 않을 뿐이지 진로 탐색과는 거리가 멀어보여. 중학생보다는 진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고등학생에 진로학기제를 내실 있게 운영하면 인위적으로 일자리를 늘리지 않더라도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나지 않을까.
  
◆ 청년 실업 대책으로 창업 지원 대책이 꾸준히 나오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해?
-소셜벤처사업가,정책도 유행좇는듯..세금으로 취업률 사는것 같아

  
이희준: 정책에도 유행이 있는 것 같아. 내가 첫 회사를 만들때만 해도 '스타트업'이라는 단어가 낯설었어. 그런데 최근 정부 청년 실업률 해소 정책을 보면 청년 창업 정책이 꼭 있더라. 문제는 그런 청년 창업 지원책들이 대부분 '초기 지원'에만 그친다는 점이야. 음식점을 하더라도 첫 1년은 터를 닦는 시기라고 하는데, 대부분의 정부 지원책들은 벤처 창업 1년까지만 지원하지. 오히려 자리를 잡을 만 하면 지원을 끊는 일이 계속되니 역차별이라는 얘기도 나와. 그리고 청년 실업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초기 지원금을 줄테니 창업해봐라, 이건 정부 단기성과를 위해서 예산으로 취업률을 사는 것과 같은 말이라고 생각해.
 대부분의 정책이 사무실 월세ㆍ인건비 등 '지원금'에만 초점이 맞춰진 것도 문제라고 생각해. 창업때 가장 목마른건 그 사업 아이템을 사업화해도 되는지 아닌지를 판단할 수 있는 '시장 정보'야. 큰 회사 같은 경우엔 비싸더라도 돈 주고 이 시장 정보를 구입하지만 청년창업가들은 어떤 정보가 필요한지부터,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루트도 한정적이니까.


공시생 A: 정부에서 청년창업가들에 대한 충분한 고민이 없는 것도 근본적인 문제라고 생각해. 유동인구가 줄어든 시장 공간을 청년들에게 임대해주는 '청년몰'이라는 게 운영되고 있는데, 간단히 생각해봐도 유동인구가 줄어든 이유가 있을텐데 이 곳에 청년상인더러 입주하라니. 실패할 수 밖에 없는 정책이지. 문재인 정부 공약에 있던 '실패 재기 지원 제도'는 이전 정부와 달리 새로운 정책인데 그동안 필요하다고 생각해왔던 부분이야.


명노원: 대신 청년들도 그만큼 철저히 준비해야겠지. 꿈만 꾸지 말고 진짜 하고 싶은 일이 있을때, 현실에 대한 회피보다는 자신을 신뢰할 수 있을때 창업을 하라고 권하고 싶어. '1년만에 성공해야지'라는 생각도 금물. 최소 5년 이상은 그 분야에 대해 공부하고 향후 10년을 보고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일자리의 질'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해?
-헤어디자이너, 비정규직대책보다 소외계층ㆍ고ㆍ전문대졸자 지원정책도 중요

  
명노원: 이번 정부 정책에 '일자리 여건 개선 대책'이 포함되어서 반가웠어. 노력하지 않겠다는 말로 들릴 수 있을 것 같아서 조심스러운데, 사실 우리 세대는 확실히 이전보다 '일자리의 질'이 중요한 가치야. 부모님 세대가 공무원보다 회사원을 선호했던건, 노력하는 만큼 성장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지만 우리 세대는 그런 확신이 없기 때문이지. 하지만 이번 정부에서도 역시 청년을 '4년제 대학교를 졸업한 사람'들로 정의하고 있는 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어.


공시생A: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겠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있는데, 그 비정규직보다도 소외된 정책 소외계층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취업하는 청년들이나, 전문대 졸업 청년들이라고 생각해. 취업이 더 어려운데다가 열악한 일자리에서 일하게 될 가능성도 크지. 청년 지원정책의 사각지대에 있는 셈이야. 정부에서 제시하는 주요 실업 관련 통계는 주로 '대졸 이상 실업자'잖아. 고졸ㆍ전문대졸 청년들을 위한 취업 지원 정책이 별로 없는데다 그나마 있는 정책들도 부실한 편인 것 같아.


이희준: 정부가 고교 졸업자의 취업률을 높이겠다고 도입한 취업대책인 현장학습제도에 참여중이던 고교생이 자살한 사건도 있었지. 전국 공기관 300여 곳 중 60%가 지난해 정규직을 신규 채용하면서 고졸은 한 명도 뽑지 않았다고 하더라구. 그런점에서 비정규직을 정규직화시키는 문제만큼이나 이번 정부에선 고졸, 대졸 청년들을 위한 청년 정책도 좀 볼 수 있었으면 좋겠어. 그리고 정부에서 청년 정책을 만들 때 '현장'에 좀 가보고 만들었으면.




원다라 기자 supermo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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