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평등 정부의 현실적 이율배반?…'모태솔로' 희롱에 '하고 싶다,이 여자' '계집은 매춘부' 등 잇따라
"여성가족부 폐지 주장 취지를 잘 모르겠는데 우리가 가야 할 방향에 역행한다고 본다 여성가족부의 역할이 더 커져야 한다"
19대 대선 당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3월16일 '전국 지역맘 카페 회원들과의 간담회'에서 여성가족부(여가부) 존치에 대해서 밝힌 입장이다. 여가부의 주요업무 중 하나는 ‘성폭력·가정폭력 예방 및 피해자 보호’, ‘성매매 예방 및 피해자 보호’다.
문재인 대통령은 당선 직후 '대통령 직속 성 평등위원회 설치', '내각의 30% 여성 기용' 등 '성 평등 정부'를 표방하고 있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지명한 장관 후보자는 대통령의 이같은 ‘국정 철학’에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인간의 몸이 재화로 거래된 역사는 길다. 노예제도가 대표적 사례다. 젊은 여성의 몸에는 생명의 샘이 솟는다. 그 샘물에 몸을 담아 거듭 탄생하고자 하는 것이 사내의 염원이다"
안경환 법무부장관으로 후보자가 지난해 펴낸 에세이집 ‘남자란 무엇인가’의 한 단락이다.
그는 또 "남자는 성적 욕망과 함께 그 욕망이 거부될지도 모르는 불안을 함께 품고 여자에게 접근한다. 폭력을 동원해서라도 최종 목적을 달성하고 싶은 것이 사내의 생리"라고도 적어 ‘데이트 폭력’ 옹호 논란에 휩싸였다.
‘데이트 폭력’ 옹호 논란에 이어 성매매를 하다 현장에서 적발된 한 부장판사 사건에 대해서는 "문제된 법관의 연령이라면 대개 결혼한지 15년 내지 20년이다. 아내는 한국의 어머니가 대부분 그러하듯이 자녀교육에 몰입한 나머지 남편의 잠자리 보살핌에는 관심이 없다. 이런 답답한 사정이 위법과 탈선의 변명이 될 리는 없다"면서도 "다만 남자의 성욕이란 때로는 어이없이 악마의 유혹에 굴복한다. 이는 사내의 치명적 약점"이라고 두둔하고 나섰다.
논란이 불거지자 안 후보자는 14일 이같은 자신의 저서를 둘러싼 ‘부적절한 성적 표현 논란’에 대해 "종합적인 내용을 읽어본 독자들의 판단에 맡기겠다"고 말했다.
안 후보자의 저서에서 성적 표현이 논란이 되는 가운데 앞서 탁현민 청와대 행정관 과거 여성비하 이력이 논란이 되기도 했다. 그는 지난 2007년 펴낸 책 ‘남자 마음 설명서’에서 여성들을 ‘끌린다, 이 여자’, ‘하고 싶다, 이 여자’ 등 7가지 유형으로 분류했다.
그는 ‘하고 싶다, 이 여자’ 부분에선 ‘콘돔을 싫어하는 여자’, ‘몸을 기억하게 만드는 여자’, ‘바나나를 먹는 여자’ 등을 포함시키고 ‘끌린다, 이 여자’에는 ‘허리를 숙였을 때 젖무덤이 보이는 여자'를, '만나본다, 이 여자' 목차에는 '스킨십에 인색하지 않은 여자'를 꼽았다.
그는 또 책에서 ‘등과 가슴의 차이가 없는 여자가 탱크톱을 입는 것은 남자 입장에선 테러를 당하는 기분', '이왕 입은 짧은 옷 안에 뭔가 받쳐 입지 마라' '파인 상의를 입고 허리를 숙일 때 가슴을 가리는 여자는 그러지 않는 편이 좋다', '대중교통 막차 시간 맞추는 여자는 구질구질해 보인다', '콘돔 사용은 섹스에 대한 진정성을 의심하게 만들기 충분하다' 등의 표현도 담았다.
논란이 불거지자 탁 행정관은 "현재 저의 가치관은 달라졌지만 당시의 그릇된 사고와 언행에 대해 깊이 반성한다"며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사과했다.
야당은 이같은 ‘부적절한 성적 표현·여성비하’ 논란에 대해 즉각 지명 철회를 요구하는 등 격한 입장을 내놨다.
바른정당은 14일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 "예비강간범 안경환은 물러가라"고 강하게 촉구했다.
황유정 상근부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안경환 법무부 장관후보자가 연일 국민들을 경악하게 만들고 있다. 안 후보자는 ‘사내는 예비 강간범, 계집은 매춘부’라는 왜곡된 성의식의 소유자"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안경환 개인의 사적 인식이 후보자 검증과정에서 언론에 회자되면서 여성들의 공분을 살 것은 분명"며 "더 나아가 안 후보자의 왜곡된 성의식과 반인권적, 비애국적 인식은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심각한 해악을 끼칠 것"이라고 비판했다.
자유한국당은 "삐뚤어진 국가관과 여성관을 가진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자진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김명연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이같이 밝히면서 "술자리에는 반드시 여성이 있어야 하며, 없으면 장모라도 곁에 있어야 한다', '사내는 예비강간범, 계집은 매춘부'라는 차마 입에 담기 어려운 주장을 했다"며 "국가와 여성에 대한 심각한 모독이다. 이처럼 삐뚤어진 국가관, 여성관으로 대한민국의 법질서를 제대로 확립하고, 검찰을 개혁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비판했다.
국민의당은 이날 논평을 내고 "안 후보자 본인은 물론 청와대 인사 검증팀마저 손톱만큼의 비판의식도 갖지 않았다는 것이 더 개탄스럽다"며 "강경화 후보자를 통과시켜야 한다고 단체로 읍소하던 민주당 여성의원들은 왜 침묵하는가"라고 비판했다.
정의당도 "저열한 성인식을 드러냈다.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추혜선 정의당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안 후보자가 노골적인 여성 비하 표현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며 "성매매를 합리화하며 저열한 성인식을 드러냈다. 무척 실망스럽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와 같은 표현들은 과거도 아닌 불과 작년의 일로 지금도 이와 같은 인식을 고수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며 유감을 표했다.
아시아경제 티잼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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