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사자가 달리기 시작했다.
프로야구 삼성이 4월까지 거둔 승수는 고작 4승(2무21패). 삼미 슈퍼스타즈가 기록한 동기간 최저승률 기록(2승18패)을 위협할 판이었다. 그러나 5월이 되자 잠에서 깨었다. 지난달 11승14패로 기운을 차린 다음 6월 들어 열린 다섯 경기에서 4승을 챙겼다. 특히 선두 KIA를 상대로 2승을 챙기며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반등의 중심에 구자욱(24)이 있다.
구자욱의 4월 타율은 0.250(100타수 25안타)에 머물렀다. 하지만 5월 0.337(89타수 30안타), 6월 0.364(22타수 8안타)로 치솟았다. 미디어가 주목할 만했다. 지난 6일 서울 잠실야구장. 두산과의 원정경기를 앞둔 삼성의 더그아웃에서 기자들이 구자욱을 에워싸고 질문을 쏟아냈다. 구자욱을 인터뷰 하는 중 팀 선배들은 유쾌하게 농담을 하나씩 던지며 지나갔다. 최근 밝아진 팀 분위기와 구자욱이 팀 내에서 차지하는 위상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홈런 생산량이 확 오른 이유가 뭐냐." 구자욱은 "딱히 홈런을 치려고 하는 것은 아닌데…"라고 말을 흐렸다. 지나가던 박한이(38)가 한 마디 툭 던졌다. "너 홈런 치려고 하잖아!"
구자욱은 "물론 (홈런을) 치고는 싶다"고 말을 바꿨다. 그가 8일 현재까지 친 홈런은 열두 개. 현재 흐름을 유지하면 시즌이 끝났을 때 서른 개까지 기록할 수 있다. 구자욱은 "땅볼보다는 뜬공을 많이 쳐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홈런이 증가한 것 같다. 타격감이 안 좋을 때 홈런을 몇 개 쳤다"고 했다.
투수 우규민(32)이 끼어들었다. 그는 기자 흉내를 내며 주먹쥔 손을 마이크처럼 내밀고 "우규민 투수 등판할 때 너무 잘 치시던데"라고 물었다. 구자욱은 "감사합니다. 안타 하나 치면 뭐 해 주신다고 해서…"라며 웃었다. 구자욱은 "요즘은 야구장에 웃으면서 나온다"고 했다. 그는 "시즌 초에는 팀 성적이 안 좋다 보니 '해결해야겠다'는 생각이 컸다. 지금도 해결해야겠다는 마음은 똑같은데 잘 맞고 있으니까 기분이 완전히 다르다"고 했다.
구자욱은 타격이 부진할 때 하위 타순에 들어가기도 했다. 구자욱은 "이승엽(41) 선배가 도움을 주셨다. 잘 치는 타자들의 영상을 보내주셨는데 그것을 보고 나서 한 첫 경기가 지난달 19일 한화와 경기였다. 7번 타순에 배치돼 3안타를 쳤고, 자신감을 회복하는 계기가 됐다"고 했다. 그는 3번 타순에서 잘 하고 싶다고 했다. 구자욱은 "중심 타순이니까 자부심이 생긴다"고 했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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