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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칼럼]일자리 상황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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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강희종 기자]문재인 대통령의 일자리 정책을 두고 기대와 우려가 엇갈리고 있는 것 같다. 대통령이 일자리에 관심을 갖는 데 반대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지난 4월 청년 실업률은 11.2%까지 치솟았다. 고용률은 60%에 머물러 있다. 고용 절벽은 한국 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임은 분명하다. 문 대통령이 '일자리 대통령'을 자임하고 나선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집무실에 설치한 일자리 상황판은 전형적인 보여주기식 행정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대통령이 일자리 상황판의 주요 수치를 수시로 챙긴다고 하자. 청와대 비서실과 관련 부처 장관은 상황판의 수치가 낮아질까 전전긍긍할 것이다. 대통령의 눈밖에 벗어나지 않으려 어찌됐든 일자리를 늘리려 할 것이다. 아마도 문 대통령은 이런 효과를 노렸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러한 대증적 요법이 과연 일자리 문제를 구조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단순히 겉으로 드러나는 수치만 올리려 각종 편법이 동원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일자리 상황판으로 고용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면 이전 대통령들은 진즉에 하고도 남았을 것이다.


문 대통령은 '양질의 일자리'를 늘리겠다며 대기업ㆍ공공 부문의 정규직 채용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올해 하반기 공무원을 1만2000명 채용한다. 문 대통령은 일자리 상황판을 통해 10대 그룹이나 30대 그룹의 일자리 동향을 개별 기업별로 살펴보겠다고 했다. 오히려 이같은 정책은 공무원과 대기업에만 취업준비생들이 몰리는 현재의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소지가 있다.

국내 일자리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중소ㆍ벤처기업에 대한 일자리 정책은 현실에서 많이 벗어나 있다. 문 대통령은 중소기업이 청년을 정규직으로 3명 채용하면 그중 한 명의 인건비를 정부가 지원하는 '2+1 추가 고용제'를 당장 올해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중소기업중 정부 지원을 받기 위해 정규직 채용을 늘리는 곳이 얼마나 있을지는 두고 볼 일이다.


문 대통령은 취임과 동시에 소통을 강조했다. 청와대 비서진들과 격의없이 대화하는 모습이 전파를 타면서 초반 국정 지지율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그런데 일자리 정책에 있어서는 과거 불통 정권의 관습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한 경제단체 고위 임원의 말에 문 대통령이 대놓고 '반성부터 하라'고 호통치는 모습은 바람직스럽지 않아 보인다. 기업들은 밉보일까 두려워 감히 입을 열지 못하고 있다.


일자리 대통령을 자임하던 문 대통령이 정작 일자리를 만드는 주체인 기업인들의 입에 재갈을 물리고 죄인 취급하는 형국이다. 경제는 정부가 일방적으로 그린 그림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조금 늦게 가더라도 기업, 노동계와 충분한 협의가 필요하다. 급히 먹은 밥이 체하기 마련이다.






강희종 기자 mindl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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