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출신 쿠람 버트, 모로코·리비아 이중국적자 라치드 레두안
3명 중 2명 신원 공개하고 1명은 추가 파악 중
두 아이 아빠인 버트, 최근 극단주의에 경도되며 이상 행동
이웃들 여러차례 당국에 제보했지만 집중관리 안돼 '비판'
[아시아경제 이혜영 기자] 영국 경찰이 지난 3일(현지시간) 런던브리지와 버러마켓에서 발생한 테러 사건의 범인 3명 가운데 2명의 신원을 공개했다.
런던경찰청은 5일 파키스탄 출신의 영국 시민권자인 쿠람 버트(27)와 모로코·리비아 이중국적자인 라치드 레두안(30)이 이번 테러를 일으켰다고 발표했다. 버트와 레두안은 모두 런던 동부의 바킹 지역에서 거주해왔다. 레두안은 생일이 다른 라치드 엘크다르라는 이름도 사용했다.
가디언은 버트가 태어난 지 2주 된 갓난아이와 3살배기 아들을 둔 아빠라고 전했다. 버트는 2014년 바킹의 한 아파트로 이사왔고 이후 동네 어린이들과도 잘 어울리는 친절한 성품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영국 내 급진 무슬림 단체인 '알무하지룬'을 추종하며 극단주의에 경도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웃들은 버트가 최근 아이들과 10대 청소년들에게 이슬람교 개종을 권유하는 등 불편한 행동을 여러차례 해왔다고 말했다.
런던경찰청은 버트의 경우 경찰과 국내담당 정보기관인 MI5에서 인지했던 인물이지만 이번 런던 테러에 대한 구체적인 움직임을 사전에 파악하진 못했다고 밝혔다.
마크 로울리 런던경찰청 부청장은 버트에 대한 수사를 2년 전부터 시작했다면서도 "이번 공격이 진행되고 있음을 시사하는 아무런 정보가 없었고 그에 따라서 수사 우선순위에 반영됐다"고 말했다. 대테러 당국은 버트가 테러 모의에 연루돼 있다는 정보가 부족한 점을 이유로 그를 비교적 낮은 우선순위에 뒀었다.
하지만 버트에 대한 주변인들의 경고는 계속돼 왔던 것으로 확인돼 당국의 허술한 안보 경계에 대한 비판이 나오고 있다.
BBC방송은 2015년 여름 대테러 당국이 버트에 대한 수사를 시작한 후 그의 극단주의 성향에 대한 시민의 제보가 있었다고 전했다. 매체는 바킹 지역에 거주하는 시민 두 명이 각각 대테러 직통전화와 지역 경찰서를 통해 버트의 극단주의 시각에 대한 우려를 전했다는 것을 확인했다.
로울리 부청장은 "이들의 공범 신원을 확인하기 위한 조사가 계속되고 있다"면서 "이들과 이들의 관계, 그리고 범인들이 누군가의 도움을 받았는지에 대한 수사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엔다 케니 아일랜드 총리는 테러범 중 1명이 아일랜드에 한동안 거주했지만 사법당국의 주목을 받는 인물은 아니었다고 전했다. 앞서 테러범 중 1명이 사살 당시 아일랜드 신분증을 소지했고 더블린에 거주하고 있었다고 보도했다.
앞서 아일랜드 공영TV RTE는 아일랜드 경찰 소식통을 인용해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영국인 부인과 거주한 20대 후반의 모로코 국적자가 테러 당시 아일랜드 신분증을 소지하고 있었다고 보도했다. RTE와 케니 총리는 이 남성의 이름을 언급하지는 않았다.
런던브리지와 버러마켓에서 테러를 일으킨 범인 3명은 지난 3일 오후 10시께 런던브리지 인도로 돌진해 사람들을 들이받은 뒤 인근 버러마켓에서 시민들에게 무차별적으로 흉기를 휘두르다 무장경찰에 의해 전원 사살됐다. 이번 테러로 현재까지 7명이 숨지고 48명이 부상을 입었다.
이혜영 기자 itsm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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