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까지 6명 사망·20명 부상…용의자男 3명현장에서 사살
차량 돌진 후 흉기 무차별 공격…지난 3월 웨스트민스터 사건과 비슷
영국서 소프트타깃 테러 올해만 3번째…조기 총선서 안보이슈 급부상
[아시아경제 이혜영 기자] 영국 경찰은 3일(현지시간) 오후 런던 시내 런던브리지와 인근 버러마켓에서 발생한 차량·흉기 테러로 현재까지 시민 6명이 사망하고 최소 20여명이 부상을 입었다고 발표했다.
런던경찰청은 4일 오전 성명을 통해 "현 단계에서 (테러로 인해) 6명이 사망한 것으로 보고 있다"며 "최소 20명이 6개 병원으로 후송됐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남성 용의자 3명을 현장에서 사살했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3일 오후 10시8분께 최초 신고를 접수했고 이로부터 8분이 지난 시점에 현장에 출동한 무장 경찰들이 남성 용의자들과 대치하던 중 이들을 사살했다고 설명했다.
용의자들은 이날 흰색 승합차를 타고 런던브리지에서 시속 50마일(약 80km)로 달리던 중 갑자기 인도로 방향을 틀어 행인들을 덮쳤고, 이후 차에서 내려 버러마켓으로 향하며 근무 중이던 교통경찰 1명을 포함 여러 시민에게 무차별 흉기 공격을 가했다.
사고 당시 현장에 있던 홀리 존스 BBC방송 기자는 차량이 시속 50마일(약 80㎞)로 인도를 향해 돌진했다고 했다. 존스 기자는 "(범인들의) 차량이 내 앞에서 방향을 바꾼 뒤 약 5~6명을 쳤다. 그가 내 앞에서 두 사람을 쳤고 그 뒤 3명을 쳤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승합차는 런던브리지 남단 버러마켓에 있는 한 펍의 난간에 부딪혔고 차에서 내린 테러범 3명은 칼을 들고 테러를 이어갔다. 런던브리지에서 이를 목격한 한 택시 기사는 영국 LBC라디오와 인터뷰에서 "승합차가 인도로 질주해 사람들을 쓰러뜨렸고 12인치에 달하는 칼을 든 3명이 나와 사람들을 무차별적으로 찔렀다"고 말했다.
런던브리지 인근의 한 펍에 있었던 알렉스 셸럼은 BBC에 "영국 서머타임으로 밤 10시쯤 다친 여성 1명이 들어와 도움을 요청했다"며 "그 여성의 목에서 피가 많이 났고 칼에 베인 것처럼 보였다"고 전했다.
버러마켓에 있던 한 시민은 "버러마켓에 있는 아랍 식당에 있었는데 갑자기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고 들어왔다. 밖에서 총성이 들렸고 식당 주방에 45분간 숨어있다가 무장경찰에 의해 밖으로 나왔다"고 말했다.
현재 사고가 발생한 런던브리지와 버러마켓 등은 통행이 봉쇄됐으며 경찰은 추가 테러 가능성에 대비해 런던에 경찰 병력을 추가 투입할 계획이다. 일부 목격자들은 범인들이 폭탄조끼 같은 것을 입고 있었다고 전했지만 경찰은 확인 결과 폭탄조끼는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이번 공격을 테러로 규정하고 긴급안보회의인 '코브라'를 열어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이번 테러는 지난달 22일 맨체스터 아레나에서 자살폭탄 테러로 22명이 숨지고 59명이 다친 지 10여일만에 발생한 것이어서 영국 사회는 큰 충격에 빠졌다.
영국에서는 일반 시민들을 상대로 한 '소트프타깃' 테러가 올 들어서만 벌써 3번째 발생했다. 특히 이번 테러는 지난 3월 칼리드 마수드가 웨스트민스터 다리에서 승용차로 인도에 돌진한 뒤 흉기로 사람들을 공격해 5명이 숨진 사건과 수법이 비슷해 유사 범죄가 계속될 수 있다는 공포가 퍼지고 있다.
잇단 테러는 나흘 앞으로 다가온 영국 조기총선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이달 중순 브렉시트 협상을 시작해야 하는 메이 총리는 조기 총선 카드를 던지며 국면 전환을 꾀하려 했지만, 테러로 인해 안보 이슈가 급부상하고 현 집권당의 책임론이 불거지면 총선에서 과반 이상 의석 확보가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최근 메이 총리가 이끄는 보수당과 노동당의 격차가 1%포인트까지 좁혀지고 있는 점도 이런 관측에 힘을 싣는다.
특히 이번 테러는 영국 정부가 맨체스터 테러 후 경보 단계를 '심각'에서 최고수준인 '위급'으로 끌어올렸다가 3일만에 다시 '심각'으로 내린 후 발생해 정부와 집권당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확산할 수 있다.
이혜영 기자 itsm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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